코로나시대 첫 추석 ‘비대면 효도’ 어떻게
코로나19가 추석풍경도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 같다. 매년 민족의 대이동을 하던 우리 풍속도도 자제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효를 저지르는 결과를 가져올 것 같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조선시대에도 역병이 돌면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며 “귀향 못하는 것을 총리 탓으로 돌리라”고 당부했다. 각 지자체에서도 고향에 내려오지 않는 것이 효도라면서 고향의 노부모님들이 귀성을 자제하고 집에서 지내고, 귀성하지 말라는 취지의 플래카드들이 여기저기 걸었다.
필자가 속해 있는 선산(善山) 김씨 종친회에서도 이미 품삯을 들여 벌초를 끝냈으니 올 추석 성묘는 자제해 달라는 공문이 와 있다.
효도(孝道)란 자식들이 어버이를 공경하고 잘 섬기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풍수지탄(風樹之嘆)’이란 말도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탄식, 즉 효도를 하지 못한 자식의 슬픔을 말하는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역병이 우리 모두를 이 풍수지탄의 불효자를 만드는 것 같다.
어느 일류대 졸업생이 한 회사에 이력서를 냈다. 사장이 면접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부모님을 목욕시켜드리거나 몸을 닦아드린 적이 있습니까?”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면, 부모님의 등을 긁어드린 적은 있나요?”
“네,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등을 긁어드리면 어머니께서 용돈을 주셨습니다.”
청년은 혹시 입사를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잠시 후 사장은 청년의 마음을 읽은 듯 실망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라고 위로했다. 정해진 면접시간이 끝나고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자 사장이 의외로 이렇게 말했다.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오세요!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부모님을 닦아드린 적이 없다고 했죠? 내일 여기 오기 전에 꼭 한번 닦아드렸으면 좋겠네요. 할 수 있겠어요?” 청년은 꼭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반드시 취업을 해야 하는 형편이었기에.
아버지는 청년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품을 팔아 그의 학비를 대셨다. 어머니의 바람대로 그는 열심히 공부하여 명문대학에 합격했다. 학비가 어마어마했지만, 어머니는 한 번도 힘들다는 말씀을 한 적이 없었다. 이제 그가 돈을 벌어 어머니의 은혜에 보답해야 할 차례다.
청년이 집에 갔을 때, 어머니는 일터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청년은 곰곰이 생각했다. ‘어머니는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시니까 틀림없이 발이 가장 더러우실 거야. 그러니 발을 닦아 드리는 게 좋겠지?’ 집에 돌아오신 어머니는 아들이 발을 씻겨드리겠다고 하자 의아하게 생각하셨다.
“왜 발을 닦아준다는 거니? 마음은 고맙지만 내가 닦으마!” 어머니는 한사코 발을 내밀지 않으셨다. 청년은 어쩔 수 없이 어머니를 닦아드려야 하는 이유를 말씀드렸다.
“어머니! 오늘 입사 면접을 봤는데요, 사장님이 어머니를 씻겨드리고 다시 오라고 했어요. 그래서 꼭 발을 닦아드려야 해요.”
그러자 어머니의 태도가 금세 바뀌셨다. 두말없이 문턱에 걸터앉아 세숫대야에 발을 담그셨다. 청년은 오른손으로 조심스레 어머니의 발등을 잡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가까이서 살펴보는 어머니의 발, 자신의 하얀 발과 다르게 느껴졌다. 어머니의 앙상한 발등이 나무껍질처럼 보였다.
“어머니! 그동안 저를 키우시느라 고생 많으셨죠? 이제 제가 은혜를 갚을게요.” “아니다. 고생은 무슨” “오늘 면접을 본 회사가 유명한 곳이거든요. 제가 취직이 되면 더 이상 고된 일은 하지 마시고 집에서 편히 쉬세요.”
손에 어머니의 발바닥이 닿았다. 그 순간 청년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말문이 막혔다. 어머니의 발바닥은 시멘트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도저히 사람의 피부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머니는 아들의 손이 발바닥에 닿았는지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발바닥의 굳은살 때문에 아무런 감각도 없으셨던 것이다. 청년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고개가 더욱 숙여졌다. 그리고 울음을 참으려고 이를 악 물었다. 새어 나오는 울음을 간신히 삼키고 또 삼켰다. 하지만 어깨가 들썩이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한쪽 어깨에 어머니의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청년은 어머니의 발을 끌어안고 목을 놓아 구슬피 울었다.
다음날 청년은 다시 만난 회사 사장님에게 말씀을 드렸다. “어머니가 저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사장님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장님이 아니셨다면 저는 어머니의 발을 살펴보거나 만질 생각을 평생 하지 못했을 거예요. 저에게는 어머니 한 분 밖에는 안 계십니다. 이제 정말 어머니를 잘 모실 겁니다.”
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조용히 말했다. “지금 바로 인사부로 가서 입사 수속을 밟도록 하세요.”
코로나시대 처음 맞는 올 추석 연휴,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