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2년전 한 기자의 희생이 ‘부패척결 공약’ 야당에 승리 안겼다
[아시아엔=편집국] 슬로바키아에서 29일(현지시간) 진행된 총선에서 야당 ‘오라노'(OLaNO)가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영 TASR 통신이 보도했다.
여론 조사기관 ‘메디안 SK’가 공영방송 RTVS와 함께한 출구 조사 결과, 중도 우파 성향의 오라노는 25.3%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좌파 포퓰리스트 정당인 여당 ‘사회민주당’은 13.9%를 얻는 데 그쳤다. 이어 원외 정당인 ‘진보적인 슬로바키아’와 극우 정당인 ‘국민의당’이 각각 8.8%를 득표했다.
이밖에 ‘우리는 가족’ 당이 7.5%, ‘자유와 연대’ 당이 6.4%, ‘가족을 위하여’ 당은 5.6%, ‘기독민주당’이 5%의 지지율을 얻었다.
선거는 모두 24개 정당에 대해 진행됐으나, 오라노 등 8개 당만 원내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TASR은 전망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부패 척결을 공약으로 내건 오라노의 승리가 일찌감치 점쳐졌다.
이번 선거는 정치권의 부패를 취재하던 잔 쿠치악 기자가 2년 전 피살된 이후 처음 치러진 총선이다.
쿠치악 기자는 슬로바키아 정치권과 이탈리아 마피아의 유착 관계를 취재하던 중 2018년 2월 수도 브라티슬라바 근교 자신의 집에서 약혼자와 함께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슬로바키아는 발칵 뒤집어졌다. 특히 정치인들과 사법부, 심지어 경찰까지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살해 사건에 대한 분노는 대규모 부패 척결 시위로 이어졌다.
이 여파로 집권당인 사회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해 지난해 3월 치러진 대선에서 진보 정당 소속 주자나 차푸토바가 여당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고 당선된 바 있다.
당초 투표는 오후 9시까지 예정됐으나 투표소 두 곳에서 사망자가 한 명씩 발생하면서 1시간 연장됐고, 일부 투표소의 경우 오후 11시까지 투표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