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숭어나 민어처럼’ 김상현 “이제라도 누가 나를 다른 이름으로 불러다오”

숭어가 가장 어렸을 때는
모치라고 부르고
좀 더 자라면
참동어라고 부르고
그 보다 더 자라면
홀떡백이라고 부른다

민어의 어렸을 적
다른 이름은 감부리
좀 더 자라면
통치라고 한다

민어

나는 한 번도 내 이름을
버린 적이 없이
날마다 허락해 주신
새 날을 그저 그 날이
그 날이거니
하며 살면서도
부끄럼을 몰랐다

더 넓은 곳을 향해
더 깊은 곳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제 자리에서 매암 돌면서도
게으름인 줄 몰랐다

이제라도 누가 나를
다른 이름으로 불러다오
전혀 다른 삶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제발 나의 이름을
다르게 불러다오
숭어나 민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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