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송 스타’ 에디뜨 삐아프의 굴곡진 삶과 ‘영혼의 노래’

에디뜨 삐아프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프랑스 샹송가수 에디뜨 삐아프(1915~1963)의 노래를 오랜만에 들었다. 가냘픈 몸매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는 그야말로 영혼의 노래다. 그녀는 평생 여러 번의 결혼과 남성편력이 있으면서도 오직 그 중에 사랑은 한사람뿐이라고 했다.

정말 사랑은 단 한사람뿐일까? 필자도 평생 여러 번의 사랑을 했다. 내 생각에는 사랑을 할 때마다 진실이었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일체생령을 사랑해도 나는 그 모두가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샹송계의 신화적 존재 에디뜨 삐아프는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시련과 아픔을 안았다. 세계 1차대전 중 추운 겨울 파리의 빈민가에서 떠돌이 가수인 어머니가 무료자선병원을 찾아 헤매다가 길에서 낳은 것이 피아프다.

에디뜨 삐아프는 프랑스 샹송의 스타로, 사후 수십년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 중의 하나다. 또한 피아프는 수많은 염문(艶聞) 속에서 불운한 삶을 살아온 비련의 여주인공으로도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곡예사인 아버지와 3류 가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지 두달 만에 버림받아 할머니 품에서 자란 그녀의 어린 시절은 너무나 가난했다. 또한 한때 병으로 실명상태로 지내다가 극적으로 시력을 되찾았다. 그리고는 파리의 거리에서 노래로 구걸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거리에서 그녀의 음악을 들은 카바레 경영자의 도움으로 무대에 서게 되고, 그녀의 작은 체구를 가리키는 ‘작은 참새’라는 뜻의 애칭, ‘피아프’를 얻게 된다. 에디뜨 삐아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뇌에 찬 목소리와 드라마틱한 스타일로 곧 프랑스 청중들을 사로잡았고, 2차 세계대전 즈음에는 스타덤에 오르게 됐다.

사랑을 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것 같은 에디뜨 삐아프는 수많은 작곡가, 시인, 샹송가수 등을 만나 그들과의 사랑에서 얻은 열정과 힘을 노래로 표현했다. 하지만, 그 누구와도 행복한 삶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녀는 15세 때 할머니 집을 나와 거리를 떠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목로주점에서 노래하던 시절, 바텐더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았는데, 그만 버림받고 말았다. 어린 아이 때문에 직업을 구할 수 없어 힘들게 살고 있던 추운 겨울 어느 날, 아이가 몸이 아파 사경을 헤매었다. 그녀가 그 당시 사랑하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몸을 파는 길 뿐이었다.

그녀는 할 수 없이 절박감에 잠겨 오열(嗚咽)이 터져 나오는 입술을 굳게 악물고, 싸락눈이 흩날리는 상제리제 거리에서 호객을 하며, 뭇 남자들에게 돈을 받고 몸을 팔았다. 그녀는 ‘목숨을 걸지 않으면 내 꿈을 이룰 수 없다. 아이도 살릴 수 없고 가수 자격도 잃고 만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피눈물을 삼켰다.

그 날 이후 에디뜨 삐아프는 깊은 슬픔과 고뇌와 절망을 뚫고 솟아오르는 ‘영혼의 노래’를 부르게 된다. ‘참새’를 뜻하는 그녀의 이름과 같이 작고 가냘픈 몸매에서 터져 나오는, 한(恨)을 토해내는 듯한 애끓는 발라드는 그녀의 비극적인 삶이 그대로 묻어 나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깊이 심금(心琴)을 울려 주었다.

“상처 입은 조개가 진주를 만든다”고 했다. 사람도 많은 고난을 당하다 보면 강해지기 마련이다. 불에 달군 쇠가 보다 단단해 지고, 아문 상처는 다른 곳의 살보다 더 굳고 단단하듯이 마음의 상처로 시련을 겪은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큰 성공을 약속 받아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다.

에디뜨 삐아프는 47년 사는 동안 세번 결혼했다.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그녀를 거쳐 갔다. 그런 에디뜨가 말년에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연애는 많이 했지만, 단 한 사람밖에 사랑하지 않았다. 마르셀 세르당밖에···.”

에디트 피아프가 1950년 부른 ‘사랑의 찬가’는 그녀가 사랑했던 유럽 헤비급 복싱 챔피언인 마르셀 세르당에게 바쳤던 사랑의 시다. 마르셀 세르당은 때리고 얻어맞으며 사각의 정글을 맴도는 권투선수였다. 마르셀이 시합을 보러 와 달라고 했을 때, 에디뜨는 “무서워서 보고 싶지 않아요” 했다. 그러자 마르셀은 이렇게 반문했다.

“당신이 노래할 때, 나도 두렵지만 들으러 갑니다.” 마르셀은 그날 밤 에디뜨가 지켜보는 가운데 피투성이가 된 채 승리한다. 두 사람의 사랑은 이렇게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운명의 신은 결코 그녀에게 행복을 안겨주지 않았다.

에디뜨 삐아프가 뉴욕에서 공연하던 날, 마르셀은 프랑스에서 시합이 있었다. “마르셀!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 “나도 당신이 보고 싶소. 시합이 끝나는 대로 공연장으로 달려가리다.” 마르셀은 시합을 마치고 뉴욕 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리고 그 비행기는 그만 대서양 한가운데 추락하고 만다.

그날 밤 창백한 얼굴로 무대에 오른 에디뜨 삐아프는 관중을 향해 이렇게 절규한다. “오늘밤은, 마르셀 세르당을 위해 노래하겠습니다. 오직, 그 한 사람만을 위해서…”

우연히 에디뜨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를 듣다가 상념(想念)이 너무 길어진 것 같다. 그러나 영혼까지 다 바친 그녀의 노래와 오직 단 하나의 사랑이 언제까지나 내 가슴에 긴 여운(餘韻)으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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