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미술관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에서 충전하는 봄날의 감성

아모레퍼시픽 미술관(Amore Pacific Museum Of Art, APMA) 개관 이후 최초의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APMA, CHAPTER ONE – FROM THE APMA COLLECTION’. 5월 19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여러 장르의 작품들로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로비에서 미술관으로 향하면 점멸등이 반짝인다. 이 작품은 전시회를 통해 소개되는 설치미술품 중 하나다. 입구 쪽에 비치된 작품들을 지나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전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작품들을 세세히 소개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려 하지만… 어떠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 두 편만 살짝 소개한다.

조셉 코수스의 ‘다섯 개의 복사물’

예술의 권위에 의문을 던지다
전시회 첫 번째 섹션에 전시돼 있는 조셉 코수스의 ‘다섯 개의 복사물’(1966)은 몇 가지 폰트로 쓰여진 텍스트들과 흑과 백 단 두 가지 색만을 사용해 예술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 작품은 색상의 정의를 사전에서 잘라낸 뒤 확대 복사하는 간단한 방식을 통해 제작됐으며,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닌다. 대신 진품확인서만 있으면 언제든 작품을 복제할 수 있다고 한다. 누구나 쉽게 작품에 접근하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여기엔 예술의 형식과 권위를 벗겨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앨런 맥컬럼의 ‘224개의 석고대리물’

첫 섹션에 비치돼 있는 또다른 작품 앨런 맥컬럼의 ‘224개의 석고대리물’(1988)도 외형은 단순하다. 이 작품은 이름 그대로 에나멜 페인트로 칠해진 서로 다른 224개의 석고대리물이 전부다. 주형을 만들고 석고를 뜬 뒤 그 위를 덧칠하는 과정은 공장에서 이뤄지는 반복적인 그것과 다르지 않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적인 노동의 가치에 대해 물었다.

두 작품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간단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방법만 안다면 보통의 존재 누구라도 만들 수 있을 정도니까. -그렇다고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두 작가는 누구나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음에도 뛰어난 기술을 지닌 극소수의 사람들이 만든 고상한 ‘예술’의 권위에 의문을 던졌다.

여러 작품들이 있는데 굳이 왜 이 작품들을 언급했을까? 이 작품들은 아모레퍼시픽이 이 미술관을 만든 이유와 맞닿아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였던 서성환 선대회장은 공예품과 도자기 수집가로 잘 알려져 있었고, 그의 수집품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문을 열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소수의 특정 계층만이 즐겼던 예술의 권위를 뒤로 미뤄둔 채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담은 전시회를 상시적으로 개최하며 누구나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의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APMA, CHAPTER ONE – FROM THE APMA COLLECTION’은 앞서 언급한 두 작품 외에도 누구나 한번쯤 봤을법한 미국 팝아트 거장 로버트 인디애나 작가의 ‘LOVE’, 국내 미술관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이불 작가의 ‘Secret Sharer’와 최우람 작가의 ‘Una Lumino’ 등은 물론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회화부터 웅장한 조형물,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단편영화까지 여러 장르의 다양한 작품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도 예술이 다가가기 어렵다고?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미술관의 어플리케이션 하나만 설치하면 전문 큐레이터가 작품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그 중엔 특별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어 무겁게 느껴질 작품들도 있겠지만, 인스타그램에 포스팅 할만한 예쁜 작품들도 여럿 있다.

한 주 동안 숫자 혹은 텍스트와 씨름하느라 지쳐있다고?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의 ‘APMA, CHAPTER ONE – FROM THE APMA COLLECTION’에서 일상 동안 접하지 못했던 예술 작품들을 부담 없이 즐기며 잃어버렸던 감성을 충전하자.

Information
전시명: ‘APMA, CHAPTER ONE – FROM THE APMA COLLECTION’
전시기간: 2019. 2. 14(목) ~ 5. 19(일)
전시 장소: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100)
입장료: 성인 9,000원, 초·중·고등학생·대학(원)생·학예사 자격증 취득자 6,000원, 만 3~7세 아동·국가유공자·장애인(보호자 1명 포함) 4,500원, ICOM 카드* 소지자·36개월 미만 아동 무료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전시 해설: ‘APMA 가이드’ 무료 다운
문의: 아모레퍼시픽미술관 / 02-6040-2345 / museum@amorepacific.com
미술관 웹사이트: http://apma.amorepacif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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