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장관 특별기고]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와 아시아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이번 정상회의가 갖는 의미와 전망을?AsiaN에 특별기고했다. <편집자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3월26일 업무만찬을 시작으로 27일까지 이틀간?전세계 53개국과 4개 국제기구 정상급 인사들이 서울에 모인다. 참가국들은 전세계 인구의 약 80%와 전세계 GDP의 약 90%를 대표한다. 사실상 전세계가 함께 하는 정상회의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아시아 국가는 14개국이며, 이들 국가에서 가동 중인 원전도 전 세계의 25%를 차지하는 110여 기이다. 또한 아시아는 북한 비핵화라는 중차대한 과제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아시아가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신성장동력이 되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난해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50년까지 아시아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의 27%에서 5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러한 경제성장에 수반되는 세계 에너지 수요도 2035년까지 33%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원전 수요도 늘어나고 있으며 130여 기가 추가 건설 또는 계획 중에 있다. 이는 전세계에서 건설 또는 계획 중인 원전의 50%에 해당된다.
아시아 지역의 원자력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그만큼 핵안보가 아시아에 주는 의미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의 연료가 되는 우라늄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며, 이에 따라 핵물질의 도난, 분실 그리고 불법거래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나날이 늘어나는 의료용·연구용 방사성 물질의 수요까지 감안한다면 핵과 방사성 물질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은 더 이상 우리들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993~2011년 사이에 2164건의 핵·방사성 물질 통제 상실 사례를 보고한 바 있다. 상호의존이 심화된 글로벌 시대에 핵테러가 일어난다면 대량 인명살상은 물론 세계경제와 금융망이 일순간에 마비되는 등 범세계적인 재앙이 초래될 것이다. 즉 핵테러는 그 어느 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인류 공통의 문제인 것이다.
핵안보정상회의는 바로 이러한 핵테러 방지를 통해 인류와 미래세대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고, 궁극적으로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평화서밋’이다. 2010년 제1차 워싱턴 정상회의가 핵테러 위협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를 결집하였다면 서울 정상회의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천 단계로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서울 정상회의 참가 정상들은 워싱턴 정상회의 이후 핵안보 분야의 진전을 평가하고, 핵안보 규범을 보다 견고하게 짜나가기 위해 지혜를 모으게 될 것이다. 먼저 핵안보의 3개 기본 의제인 핵테러 대응, 핵 물질 및 시설 방호, 핵물질 불법거래 방지를 충실히 다루게 될 것이다. 동시에 새로이 변화된 국제 환경을 반영하여 핵안보 강화의 견지에서 원자력 안전 문제를 다루고, 방사능 테러 대책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외에도 핵감식, 정보보안, 핵안보 문화 증진 등 다방면의 역량강화 방안 등도 포함될 예정이다.?
우리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다음과 같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첫째, 핵테러 원천 물질인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의 제거와 최소화에 관한 진전을 달성함으로써 핵테러 위협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킬 것이다. 둘째, 다양한 의견을 가진 참가국간 협력을 도출함으로써 핵비확산과 핵군축 논의 진전을 위한 신뢰를 쌓아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보 분야 최고위 포럼의 주도를 통해 ‘글로벌 코리아’의 국격이 한층 더 제고될 것이다.
한편 북핵문제는 정식의제는 아니나 58명의 세계적 지도자들이 서울에서 핵을 주제로 논의하는 것 자체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지하는 국제사회의 단합된 메시지가 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서울 정상회의 기간 동안 25개 정도의 양자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양자 실질협력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마지막까지 다양한 참가국들간 교량 역할을 수행하여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주최할 것이다. 21세기의 중심으로 부상한 아시아가 서울 정상회의 모토인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 실현을 위해 다양한 자발적 공약들을 발표함으로써 세계평화와 안전을 위해 함께 앞장서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