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에 이 두마디는 꼭 새겨두시라···”세상만사 새옹지마”

2016년 10월 9일, 중국 전통 명절 중양절에 (노인 공경을 위해 마련된) 금혼식이 신장 바리쿤현에서 열렸다. 한족과 카자흐족 부부 12쌍이 레드카펫을 걷고 꽃가마를 타면서 낭만적이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중양절을 보냈다. <사진=인민일보>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새옹지마(塞翁之馬)는 “인생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은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쓰인다. 한 어부가 살고 있었다. 어부에게는 아내와 두 아들이 있었다. 그는 자신을 이어 두 아들 모두 어부가 되길 바랐다. 어느 날 어부는 화창한 날씨에 두 아들을 데리고 바다에 나갔다. 아내가 정성껏 싸준 도시락까지 챙겨 기분 좋게 조업을 시작했는데. 오후가 되자 맑았던 날씨가 음산해지기 시작했다.

이내 바람이 불고 폭풍과 함께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삼부자가 탄 조그만 배는 쉴 새 없이 곤두박질쳤다. 밤이 되도록 맹렬한 파도에 도무지 방향을 잡을 수 없었다. 조금 남았던 희망마저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 둘째 아들이 소리쳤다.

“아버지 저쪽에 불기둥이 보여요. 우리는 살았어요!” 다시금 희망을 부여잡고 필사의 힘을 다해 불길 쪽으로 노를 저었다. 가까스로 포구에 도착한 삼부자는 기뻐 어쩔 줄 몰랐다. 포구에는 어부를 마중 나온 아내의 모습까지 보였다.

그런데 무사히 돌아온 삼부자의 모습에 환성을 지르고 달려올 줄 알았던 어부의 아내는 고통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어부가 물었다. “여보, 우리가 이렇게 살아 돌아왔는데 당신은 기쁘지도 않소?” 남편의 말에 아내는 울먹이며 말했다. “오늘 저녁에 우리 집 부엌에서 불이 나 집이 다 타버렸어요 저만 가까스로 살아남았어요. 미안해요.”

그 순간 어부의 입에서는 ‘아~’라는 탄성과 함께 ‘그러니까 그 불기둥이 우리 집이 타는 불기둥이었구나!’가 절로 나왔다. “여보 우리가 폭풍우에 방향을 잡지 못해 난파 직전에 있었소. 그런데 멀리 불기둥을 보고 노 저어 살아온 것이오. 너무 상심하지 마오, 그 덕에 우리가 이렇게 살아 돌아왔고, 당신도 무사하잖소. 집이야 다시 지으면 되지.”

알 수 없는 것이 인생, 그러나 분명한 건 절망 뒤에는 희망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 특히 인생이 황혼녘에 이르면 좌절하고 절망하기 쉽다. 그래서 철학자 세네카는 말했다. “노년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든 모르든 즐거움이 가득 넘치기 때문이다. 인생은 추락하기 전 천천히 아래를 향해 내려올 때가 가장 즐겁다. 드디어 뭔가를 원하는 데 질려버렸고 다 끝났다니 얼마나 마음이 편하겠는가.”

미국의 뉴욕타임스 기자 존 릴런드는 “노년은 흔한 얘기로 꼰대 아닌 어른으로 아름답고 풍요롭게 나이 들어갈 때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인류는 현재 초고령사회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7%를 차지해 세계에서 가장 높다. 한국도 올해 현재 14%에 이르며 그 비율은 해마다 높아간다.

존 릴런드 기자는 나이 듦과 죽어감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뉴욕에 사는 85세 이상의 초고령자 취재에 나섰다. 그런데 1년 동안 노인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관점이 확 달라졌다고 한다. 노인들은 변해가는 자신과 처한 환경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가운데, 그 안에서 가진 최소한의 능력을 이용해 최대한의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었다. 쉽지 않은 일상마저도 여전히 그들에게는 기쁨이며,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행복해야 할 이유를 찾고 있었다.

“나는 늙어 어떤 모습일까?” 살면서 한번도 자문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회가 고령화되고 있다고 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 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사회에서도 노인들에게 묻지마 폭행을 저지르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최근 노인을 위한 모임과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노년인데도 젊을 때처럼 바쁘게 활동하면서 어떤 성과를 내려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이 늙는 것을 회피하는 걸로 그쳐서는 곤란하다. 늙어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삶은 성취되고 젊은 사람들에게는 지혜를 줄 수 있다.

나이 드는 기술에는 몇 가지 기본원칙이 있다. ‘받아들이기’, ‘놓아 버리기’, ‘자신을 넘어서기’ 등이다. 나이 드는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은 ‘노년의 덕(德)’을 습득해야 한다. 이른바 곱게 늙느냐 아니냐는 당사자인 우리 노인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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