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송곳 비유···”덕은 장롱 안 속옷, 재주는 빨래줄에 걸린 속옷”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익증’(益增)이란 날이 갈수록 선(善)을 더 많이 행하고, 달이 갈수록 덕(德)을 더해가는 것을 말한다. 쇠를 불에 단련하고 또 단련하면 마침내 보물과 같은 검(劍)이 되고, 돌을 갈고 또 갈면 마침내 아름다운 옥이 된다. 착함이 보검처럼 빛나고 덕이 옥처럼 윤택하면 가히 그 복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참전계경>(參佺戒經) 제288사(事)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은 기운이 맑아야 덕이 쌓인다. 기운을 맑게 하려면 먼저 사람들과 척(慽)을 짓지 말아야 한다. 척을 짓게 되면 그 파장이 기운을 탁하게 만든다. 남과 척을 진 것이 있다면 먼저 풀어야 한다. 그리고 주위에 아픈 사람이 있을 때, 내가 가진 것으로 정(情)을 나누면 된다. 정을 줌으로써 내 기운이 맑고 밝고 훈훈해지고, 그러다 보면 서로 통하게 돼 있다. 기운이 맑고 밝고 훈훈해서 서로 소통이 잘 되면 덕이 저절로 쌓인다.
‘익’(益)이란 넘치도록 많아지는 것이며, ‘증’(增)이란 불어나서 날로 넉넉해지는 것이므로, ‘익증’이란 날마다 선행이 더해지고 달마다 덕이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그럼 덕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음덕(陰德), 공덕(功德), 후덕(厚德)과 같은 단어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곤 한다. 사전적 의미로 덕은 ‘공정하고, 남을 넓게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마음이나 행동’이다.
덕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다. 장자(莊子)가 내린 정의가 재미있고 쉽게 설명되어 있다.
재주는 빨랫줄에 걸린 속옷과 같고, 덕은 장롱 속에 넣어둔 속옷과 같다. 재주란 높은 산들바람만 스쳐도 대낮 하늘 밑에서 창피한 줄 모르고 오가는 사람들의 눈앞에서 한껏 나풀거린다. 장롱 속의 덕이란 남의 시선을 피하여 그것을 입는 사람에게 추위를 면하게 해주려고 항상 기다리고만 있을 뿐이다. 좋은 일을 했다 하여 생색을 내는 것은 무슨 꿍꿍이속이 있었음을 말하는 것이므로 뭇사람들의 고마운 마음을 얻지 못한다.
덕은 고마운 마음을 얻게 한다. 덕은 마음을 가볍게 하고 입을 무겁게 하며, 귀를 두텁게 하고 눈을 밝게 한다. 그리하여 뭇사람들로부터 참 고마운 마음을 얻게 하는 것이 덕이다. 그러니 덕이 마음속에서 나와 입을 통해 바람을 탈 때는 반나절 양지쪽 햇볕에 불과할 뿐이라는 게 장자의 설명이다.
소태산(少太山) 부처님께서는 “덕(德)이라 하는 것은 쉽게 말하자면 어느 곳, 어느 일을 막론하고 오직 은혜(恩惠)가 나타나는 것을 이름이니, 하늘이 도를 행하면 하늘의 은혜가 나타나고, 땅이 도를 행하면 땅의 은혜가 나타나고, 사람이 도를 행하면 사람의 은혜가 나타나서, 천만 가지도를 따라 천만 가지 덕이 화한다”고 했다.
옛날 후진(後晋, 936~946)시대에 두우균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젊을 때 아주 인색해서 이웃들이 모두 좋아하지 않았다. 나이가 삼십이 넘도록 자식이 없어 고민하던 그는 어느 날 꿈에서 아버지를 만난다.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너는 마음 씀씀이가 좋지 못하고 심덕(心德)이 바르지 못해 하늘에까지 악명이 알려졌으니 계속 이렇게 산다면 자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생명도 단축될 것이다. 빨리 잘못을 뉘우치고 선(善)을 행하기 바란다.”
꿈에서 깨어난 두우균은 부친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이때부터 좋은 일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널리 가난을 구제하여 음덕(陰德)을 많이 쌓았다. 그렇게 덕을 베풀자 그에게는 자식이 생겼고, 아들을 다섯이나 낳았다. 이런 노력의 결과 두우균의 다섯 아들 중 장남인 의(儀)는 예부상서(禮部尙書), 차남인 엄(儼)이 예부시랑(禮部侍郞), 삼남인 간(侃)은 보궐(補闕), 사남인 오(傲)가 간의대부(諫議大夫), 오남인 희(僖)는 기거랑(起居郞)이 되었다. 두우균 자신도 89세까지 장수했다.
그럼 공덕(功德)을 짓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심공덕(心功德). 남을 위하고 세상을 구원할 마음을 가지며 널리 대중을 위하여 기도하고 정성을 드리는 것이다,
둘째, 행공덕(行功德). 자기의 몸과 마음으로 덕을 베풀고 자기의 소유로 보시를 행하여 실행으로 남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다,
셋째, 법공덕(法功德). 대도정법의 혜명(慧命)을 이어 받아 그 법륜(法輪)을 시방 삼계에 널리 굴리며, 정신·육신·물질로 도덕 회상을 크게 발전시키는 공덕이다. 가장 근본이 되는 공덕이다.
공덕을 지으면서 알아주지 않는다고 한탄하면 안 된다. 오직 묵묵히 덕을 쌓아야만 자신의 운명을 좋게 바꿀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익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