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가짜뉴스 처벌법’ 제정 100일 그후
[아시아엔=지닌 압데셀람 <말레이시아 월드뉴스> 에디터] 말레이시아 당국은 4월 11일 소셜미디어와 뉴스포털 등에 떠도는 허위정보 및 비방, 거짓유포 등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에 따르면 가짜뉴스를 유포하거나 작성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6년 징역형 또는 50만 링깃(약 1억 35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지거나 징역 및 벌금형을 모두 받게 된다. 또한 이같은 행위에 대해 금전적인 지원을 한 사람도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법원은 이와 관련해 “시간이 흐르고 기술 발전에 따라 가짜뉴스 보급은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으며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가짜 뉴스가 대중에 큰 영향력을 갖는다는 점이다”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의 유니버시티 테크놀로지 아즈미 하산 박사는 ‘말레이시아 월드뉴스’ 인터뷰에서 “지난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가 급증했다. 문제는 순진한 대중들은 가짜뉴스 속 가장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믿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온라인을 떠도는 가짜뉴스는 거짓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선거기간엔 특정 사안을 왜곡해 유권자에 영향을 주고, 정당 이미지와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부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가짜뉴스를 퍼나르고 있다. 거짓이 진실이 되고, 흑은 백이 되며, 무고한 사람이 가해자가 되는 세상 속에 우린 살고 있다.
안타깝게도 정교하게 가짜뉴스를 제작·유포하는데 소셜미디어의 기술 발달이 크게 일조했다. 그렇다고 소셜미디어의 유저나 블로거들을 마냥 탓할 수만은 없다. 가장 큰 책임은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숨기려는 주류매체들, 그리고 가짜뉴스를 유포하거나 이를 탓하기만 할 뿐 책임을 회피하는 정치인들에게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오르기 전, 하루에 10차례나 가짜뉴스란 단어를 언급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폴리팩트>는 “트럼프가 말하는 가짜뉴스는 우리가 아는 가짜뉴스와 전혀 다르다. 트럼프는 정확한 보도일지라도 그의 정책에 비판적이거나 입맛에 맞지 않는 뉴스들을 가짜뉴스로 치부한다”고 보도했다.
이 사례에서 보듯, 정치적인 의도를 품고 가짜뉴스를 이용하거나 대중을 오도하는 경우도 있다.
가짜뉴스를 없애는 방법은 간단하다. 언론과 국민에게 진실만을 말하는 것이다. 가짜뉴스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정보가 없거나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국민이다. 이들이 국가의 발전과 미래가 달린 중대사에 대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사람들의 결정, 태도,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가의 발전과 번영에 장애가 되는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정치인과 사회지도층은 가짜뉴스보다 매체들을 탓한다. 특히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거나 프로의식을 갖고 진실만을 말하는 매체들을 탓한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71년 저서 <미래의 충격>에서 “무언가를 검증하는 기술보다 무언가를 속이는 기술이 더욱 빨리 발전하고 있다. 그 결과는 진실의 종말이다. 정보기술의 어두운 면은 사람들의 불신을 야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민미디어센터를 창립한 댄 길모어도 2004년에 “PC나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온라인에 글을 올릴 수 있다. 포토샵 등의 소프트웨어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 특수효과로 인해 동영상조차 신뢰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정말 문제 아닌가!”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실제로 그래픽 디자이너와 영상 제작자들은 사실을 기만하는 이미지와 영상을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으로 블로그나 Facebook 계정을 만들어 뉴스를 배포하면 누구나 언론인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충분한 자격과 역량을 갖추지 못한 언론인들과 나쁜 의도를 지닌 정치인들이 진실을 왜곡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가짜뉴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버젓이 퍼져나가고 있으며, 대중은 이를 그대로 믿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