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직구 대명사 ‘라쿠텐’, 동남아서 갑작스런 사업 축소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동남아에 진출한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이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서비스를 중지하고 현지 근무 인원을 감축할 예정이다.
12일 라쿠텐은 새로운 사업모델 창출을 위한 5개년 계획에서 “동남아 지역에서 온라인 소매업을 접고, C2C(Customer-to-Customer, 소비자 간에 이루어지는 인터넷 거래)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3월부터 싱가포르 현지 소비자들은 라쿠텐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12일 저녁부터 ‘라쿠텐’ 싱가포르 사이트에 ‘3월1일부터 사이트를 통한 제품구매서비스가 중단된다’는 내용의 공지사항도 올라와 있는 상태다. ‘라쿠텐’이 싱가포르에 진출한 지 꼭 2년만의 일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명절 기간에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음력 설을 따르는 싱가포르는?15일간의 긴 명절을 보내기 때문에 한국과 달리 지금도 연휴기간이다. 에르만 탄 싱가포르인력기관 대표는 “모두가 휴일을 즐기고 있는 설 연휴에 사업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은 다소 유감스럽다”면서 “직원 해고 역시 너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은 급격하게 변하는 온라인 시장 문화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패트릭 테이 정부인력위원회(싱가포르) 의장 역시 “기업에게 명절이나 축제 기간을 피해 사업 축소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고, 이는 관습으로 거의 굳어진 상태”라면서 “라쿠텐의 갑작스런 인원 감축으로 피해를 입은 직원들은 국립무역연합의회(NTUC)에 새로운 구직을 위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라쿠텐’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지부에서 영업, 마케팅 고객서비스 분야에서 근무하는 직원 150명 가운데 30여명은 당장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 이들은 모두 ‘라쿠텐’ 웹사이트 운영을 도맡던 이들로, 갑작스런 해고통보에 실의에 빠진 상태다. 이에 대해 ‘라쿠텐’ 대변인은 “향후 싱가포르 지부 운영에 관한 자세한 사항을 밝히기 어렵다”며 “해고 인원에게는 법적 기준보다 더 높은 수준의 보상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라쿠텐’ 결정은 “지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 침체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커트 위 중소기업협회 회장은이 같은 내용을 전하며 ?“기업이 사업 정리를 결정한 이상 직원 감축은 피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라쿠텐’은 한국 직구(‘직접구매’의 준말)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널리 이용되는 온라인 쇼핑몰 가운데 하나로도 잘 알려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