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혁·개방, 반드시 피해야할 6가지···”북한 인프라 개발, 미국에 가장 큰 이익”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 ‘북한 개혁·개방 촉진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 세미나, 그랜드앰배서더 호텔서 열려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아시아 대표 공산주의 국가였던) 베트남과 중국의 사례는 북한에게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베트남과 중국은 개혁·개방으로 실질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들이다.” – 데이빗 달러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북한경제의 개혁·개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한국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 북한 개혁·개방 촉진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 세미나가 28일 그랜드앰배서더호텔에서 개최됐다.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과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의 개회사와 축사로 문을 연 이번 세미나에선 금융개혁, 북한 인프라 투자, 북중 경제협력 등 다양한 주제로 논의가 이어져 눈길을 모았다.
첫 발표자는 ‘중국과 베트남의 금융개혁이 북한에 주는 교훈’이란 주제를 맡은 데이빗 달러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었다. 그는 “북한은 금융개혁을 통해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의 기능 분리와 인플레이션 통제, 금리 관리, 환율·국제수지 관리, 자본시장 자유화, 선별적 금융시장 개방 등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금융개혁을 단행할 때 피해야할 6가지 교훈을 강조했다. 달러 교수는 “은행 위기, 인플레이션, 마이너스 실질금리, 통화 평가절상, 주식시장 거품, 핫머니 유입이 북한이 피해야할 6가지 교훈”이라며 중국과 베트남 개혁·개방 모델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베트남 정부는 다양한 제도 장치를?이용해 개혁개방의 부작용을 예방했다.?베트남은 외국인직접투자(FDI)의 문은 활짝 열되, 금융개혁은 문을 닫는 형태로 ‘핫머니 유입’에 대비했으며, 개혁·개방 이후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고정환율(peg)과 통화공급을 통해 안정을 도모했다.
이에 대해 달러 교수는 “베트남은 개혁·개방 직후 하이퍼 인플레이션(급격하게 발생한 인플레이션으로 물가 상승 현상이 통제를 벗어난 초인플레이션 상태) 현상이 나타났다. 자국통화 가치가 폭락했고, 사람들은 자국통화보단 달러화를 찾았다. 이를 위해 당시 베트남 정부는 자국 통화 공급을 대폭 늘렸다”며 “북한에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경우, 베트남처럼 극단적인 개혁조치를 단행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중국의 경우, 개혁개방 초기 10년 동안 금리를 성공적으로 관리하며 금리정책 유연성을 확보했다.
‘인프라 투자’도 북한 개혁·개방을 위해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할 분야다. ‘북한 인프라 투자와 일본의 역할’을 주제로 두 번째 발표를 한 토모히코 이누이 일본 가쿠슈인대 교수는 “일본과 중국은 외환보유액이 많은 나라로, 그 중 일부를 북한에 투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의 정치적 불안정 등으로 인한 ‘리스크’에 대해선 “정책금융기관이 보증을 해 줄 경우 리스크가 낮아진다”며 “민간기업이 북한에 투자할 기회가 더 넓어진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누이 교수는 북한 인프라 개발이 비단 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가져다 줄 수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현재 진행중인 연구지만, 북한에 인프라 개발이 가능해지면 미국이 가장 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고있다. 북한 인프라 개발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산층’의 역할도 강조됐다. 중산층은 갑작스런 개혁·개방의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방파제’역할을 해줄 수 있다. 슬로바키아에서 온 한 참석자는 자국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슬로바키아는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 개혁을 경험한 나라”라며 “개혁·개방 당시 슬로바키아는 중산층이 탄탄했지만, 북한은 중산층 인구가 부족하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