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서 ‘줄타기 외교’···푸틴 방일 유도 쿠릴 4개섬 회복 ‘속셈’

우크라이나엔 26억달러 지원 약속···日언론 “상황 여의치 않아”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주요 7개국(G7) 일원으로 표면상 러시아를 압박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동시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내 일본 방문을 실현해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속셈이다.

아베 총리는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자주권과 영토 보존권을 존중한다”며 “재정지원과 함께 우크라이나 안정을 위한 전문가 파견 등 인적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아베는 포로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강력한 지도력과 주요 7개국(G7)의 지원에 힘입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휴전협정 위반에 대해 일본은 우크라이나의 자주권과 영토보존권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아베는 “내년 일본이 G7 의장국이 되는 만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외교적 해법에 더 노력하겠다”며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15억 달러의 신용보증 및 현지 하수처리시설 개보수를 위해 11억 달러의 지원과 우크라이나 경찰에 하이브리드 차량 1500대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외견상으로는 미국, 독일 등 서방의 노선에 동참하는 듯한 행보였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은 푸틴 대통령의 연내 일본 방문을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우려를 완화시키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아베 총리는 러시아로부터 쿠릴 4개섬을 반환받는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푸틴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강한 의욕을 보여왔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서방으로부터 경제·외교적으로 고립된 푸틴에게 손을 내민 뒤 영토문제에서 양보를 유도하겠다는 생각이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4월말 미일 정상회담 때 푸틴의 연내 일본 방문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고, 지난달 푸틴 측근인 세르게이 나리슈킨 러시아 하원의장과 도쿄에서 만났다.

하지만 상황은 아베 총리에게 그리 만만치는 않다. 우크라이나가 심각한 경제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내정간섭을 강화할 경우 일본도 서방의 러시아 제재강화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고, 그 경우 푸틴의 연내 일본 방문은 어렵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정부군과 친 러시아파 무장세력간 전투가 다시 격화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러시아외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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