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설계사 우대’ 속내는?

본사 인력 줄이면서 각종 혜택 내걸어…”재매각 협상에 유리한 고지 노린 것” 관측

[아시아엔= 이진성 기자] ING생명이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 본사 조직은 대거 축소하면서 설계사 외형만 크게 늘리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재매각을 염두해 두고 있다는 것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ING생명은 지난 7월 중순부터 임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통해 전체의 약 20%인 150여명을 감원했다. 여기에는 임원과 부장급들도 대거 포함됐다. 2013년 MBK는 인수 조건으로 최소 2년은 매각하지 않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ING생명 관계자는 본사 조직을 줄인 것은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닌 희망퇴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생명보험업계에선 희망퇴직이 아닌 실질적인 구조조정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희망퇴직을 진두지휘한 핵심은 지난 2월부터 합류한 정문국 사장이다.

정문국 사장은 1984년에 제일생명보험에 입사 이후 AIG 상무, 알리안츠생명 부사장을 거쳤다. 2007년 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알리안츠생명 사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 초까지는 에이스생명에서 근무했다.

정 사장은 알리안츠생명 사장 재직 당시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많은 사원을 내보낸 경력을 갖고 있다. 이때문에 ING생명 노조는 정 사장 취임을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ING생명 관계자는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당시 노조 측은 인수할 때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에 위배된다고 반발했다.

ING생명은 본사 조직은 줄이는 반면 설계사는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11월말 6300여명이었던 설계사는 올해 1월 6100여명, 4월 58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신상품이 나오고 인센티브 부여 등 각종 우대책을 내걸면서 분위기가 반전돼 6월 설계사는 5700여명 수준을 유지했다. 최근엔 장기 설계사들에게 모집수수료 등을 추가로 지급하는 인센티브제도까지 도입했다.

ING생명의 한 지점장은 “6월부터 설계사 이탈이 줄기 시작했다”며 “9월 현재도 6월과 비슷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본사 인건비는 대폭 줄이면서 설계사들의 외형만 부풀리고 있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ING생명의 이같은 전략을 재매각할 때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또한 ‘속빈 강정’과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ING생명에서만 10년 이상 근무한 한 설계사는 “설계사는 총 6000명 정도지만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은 반도 되지 않는다”며 “대부분 타 회사로 옮겼거나 일을 하지 않아도 그냥 영업만 할 수 있도록 코드만 남겨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또 다른 ING설계사는 “본사가 영업조직의 기를 살리기 위해 여러 조취를 취하는 중”이라며 “설계사 모집수수료를 높이고 우대책도 거저 먹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ING샐명에서 출시된 변액보험상품은 이전 상품보다 사업비가 상당히 높아졌다”며 “높아진 사업비는 대부분 설계사 모집수수료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즉 설계사는 한 상품을 팔아도 이전 상품보다 더 많은 돈을 챙길 수 있게 된 셈이다.

뿐만아니다. ING생명 설계사들은 올 여름 시책으로 약 1000명이 필리핀 세부에 다녀올 예정이다. 상위 설계사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노력해도 되는 정도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생명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본사는 대폭 줄이면서 설계사만 확대하는 전략을 외형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생명보험사에서 설계사들의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ING생명이 재매각을 한다면 설계사들의 충성도가 기업가치에 크게 반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ING생명의 최근 움직임은 설계사 인력확대를 통해 기업가치를 키우고 다시 매각하려는 수순이라는 관측에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ING생명 재매각한다면 예상 가격은 2조2000억원 될 듯’

생명보험업계에서는 ING생명이 매물로 나올 경우 유력 후보로 동양생명과 한화생명을 꼽고 있다. 다만 ING생명의 재매각 예상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한 기업이 재매각 할 때 약 15% 수익을 남겨야 성공적인 거래라고 평가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ING생명 재매각 가격은 약 2조에서 2조2000억원 선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을 인수한 가격은 1조8000억원 수준이다.

현재 ING생명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보고펀드가 주인으로 있는 동양생명이다. 동양생명은 지난 2013년 7월에도 ING생명의 우선협상권을 따낸 바 있다.

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동양생명은 자금력의 문제로 인수에 실패했다”며 “ING생명이 다시 매물로 나온다 해도 여전히 자금력이 문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보고펀드가 ING생명을 인수한다면 업계 5위권의 보험사로 도약하게 된다.

업계 2위인 한화생명도 지난해 ING생명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점을 들어 유력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한화그룹의 분위기를 봤을 때 향후 인수전에는 뛰어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한화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한화케미칼과 한화건설이 극도로 부진해 수익은커녕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화그룹이 ING생명 인수에 들어갈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화생명은 대형 3사 중 유일하게 올해에만 두 번째 구조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금융지주회사 중 한 곳이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관련업계 M&A 전문가는 “만약 생명보험업계에서 적임자가 없다면 금융지주회사가 나설 수도 있다”며 “다만 저금리 기조의 업황 부진으로 인수전에 참가할 지는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현재 분위기에서는 하나금융지주 정도가?가능성이 있을 것으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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