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CJ ‘미움’ 해소되나
이재현 회장 선고공판 앞두고 범삼성가 탄원서 제출
16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54) CJ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범삼성가에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냈다.
유산상속 소송 등으로 사이가 틀어졌던 삼성 측과 CJ가 이 회장 선고를 앞두고 모처럼 해빙 움직임에 들어선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이 지난 19일 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 제출자 가운데 이건희 회장의 둘째형인 고(故) 이창희씨의 부인인 이영자씨, 차녀 숙희씨, 3녀 이순희씨 등도 포함됐다.
이들은 탄원서를 통해 이 회장이 예전부터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고, 지금의 상태로는 수감생활을 견뎌낼 수 없으니 선처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회장의 부재로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고 투자 타이밍을 놓쳐 CJ 그룹 경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달라는 내용도 탄원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과 CJ는 2012년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유산 소송을 제기한 이후 갈등을 빚어왔다.
소송 이후 삼성 직원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하는 사건이 불거졌고, 고(故) 이병철 회장 선영 출입문 사용 문제 등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등 양자 사이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벌어져 갔다.
그러나 이재현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관장 등 삼성가가 함께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함에 따라 두 그룹 사이의 ‘미움’이 해소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1990년대 중·후반 조성한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작년 7월 구속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 회장은 다음달 4일 항소심 선고를 받는다.
이 회장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작년 8월 신장이식 수술을 위해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뒤 항소심 재판부가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한차례 수감됐다가 다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지난 14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건강 악화로 신경안정제를 맞으며 결심공판에 출석한 이 회장은 “살고 싶다”며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