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다시 읽는 10년 전 칼럼 “변화하는 북한, ‘아랍의 봄’ 올까?”

‘아랍의 봄’ 혁명 당시 이집트와 리비아, 시리아, 튀니지 거리에서 민주화 시위를 이끌고 있는 ‘2011 사하로프 인권상’ 수상자들. <사진=벨기에 통신사 벨가 제공> Imagines from the streets of Egypt, Libya, Syria and Tunisia during the “Arab spring” revolution ?BELGA

지난 20년간 북한이 얼마나 변화했는지는 잘 알 수 없었다. 북한 김일성 시대는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스탈린체제로 보였다. 개인 숭배가 광적으로 이뤄졌고, 사회 정치적 관리는 광범위했으며, 배급제도는 포괄적이었고 개인의 경제활동은 배제됐다. 하지만 이는 다 지나간 일이다.

1990년대 초반 경제가 무너지면서 국가의 산업생산은 몇 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었고, 극적인 사회 변화를 야기시켰다. 현재 일반적인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생계를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주민들은 암흑경제에서 생활한다. 그들은 준 합법적인 개인 토지를 경작하고, 비공식적인 직장에서 일하며 거래한다.?주민들은 나라의 배급과 관리가 아니어도 살아갈 수 있다고 알고 있다.

경제적인 변화는 큰 사회변동을 불러왔다. 북한 주민들이 매일 몇 시간씩 정치집회와 세뇌교육에 보냈던 김일성 시절은 지나갔다. 주민들은 이념적으로 전보다압력을 덜 받으며, 많은 경우 그들은 당국의 감시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과거에는 여행을 하려면 공식적인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러한 규제는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예전에는 어떤 이유로도 허가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작은 뇌물 하나면 쉽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부유한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시장에서 보낸다. 돈을 벌고, 쇼핑을 하고, 가장 중요한 사회생활을 한다. 북한 외부에서 발생한 일을 포함한 소문도 주고 받는다.

이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거의 반세기 동안 북한은 정보를 엄격히 차단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판매되는 모든 라디오는 튜너가 고정돼 있어 단 하나의 지역 방송만 청취할 수 있다. 모든 해외 정기 간행물은 도서관 특별구역에만 비치돼 있고, 보안 절차를 거쳐야 열람이 가능하다.

나라안에 사는 외국인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에 대해 당국과 경찰은 쓸데 없는 관심을 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과 외국인 사이에는 날씨를 묻는 것과 같은 짧은 대화만 주로 이뤄진다.

이러한 시스템은 북한 주민들이 바깥세상, 특히 남한의 경제발전에 대해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북한 사람들은 그들의 나라가 번영의 불빛이라고 믿도록 세뇌 당하며, 실제로도 다른 증거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믿는다.

그러나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 북한 주민들, 특히 젊은이들은 밀수를 통해 점점 더 많은 서양 영화와 남한의 TV 프로그램을 보며, 외국과 남한의 음악을 듣는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거나 중국을 방문한 사람들을 알고 있다.

대부분 중국 방문은 불법이고 은밀히 국경을 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문은 보편적이다. 공식적인 선전에서는 남한을 결핍과 후진성이 특징인 생지옥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북한 군인들도 군중들이 더 이상 그러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 주민들은 그들의 정부를 덜 무서워한다. 이전 주장과는 달리, 15년 안에 북한 당국의 억압이 완화될 것이라는 증거가 있다. 심지어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억압받는 체제로 남아 있지만 말이다. 이러한 체제 완화는 관료들의 부패와도 부분적으로 관련돼 있다. 하급관리들도 그들의 물질적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봉급이나 배급표보다 시장에 더 의존한다.

그러므로 그들 대부분이 뇌물을 받기 위해 안달이고 금전적인 보상이 주어진다면 각종 불법과 부조리를 모른 척 해준다. 이것은 기괴한 코미디로 보인다. 김일성 체제에는 어떤 사람이 외국 방송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수년간 감옥에서 지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100달러 정도(2008년 기준)만 바치면 그런 범죄에 사용된 라디오까지 돌려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규제 완화가 부패 때문이 아니라 정부 결정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김일성 시대에는 범죄자의 가족까지 모두 수용하는 악명높은 가족책임법이 있었다. 이 법은 199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대부분 폐지됐으며, 위험하거나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가족들에게만 적용된다.

이러한 변화는 전체 북한 인구의 정신 상태와 가치관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북한 젊은이들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다. 30세 이하 젊은이들은 대부분 부모세대와 전혀 다른 가치관과 생각을 가진 ‘암흑시장 세대’로 보인다.

이들은 정부와 경찰 기관을 덜 두려워하며, 정부와 관료들에 대한 존경심도 적다. 그들의 부모에게는 모든 것을 제공했던 관리들을 그들은 기생충으로 여긴다. 그들은 남한이나 주변국보다 경제적으로도 가난하고 자유롭지 못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안다. 마찬가지로 독립된 경제활동 경험은 그들을 국가와 별개로 인식하게 만든다. 장기적으로 볼 때, 새로운 세대들의 특징은 체제의 안전성을 보장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낙관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엘리트로서 대다수를 차지하고 인구의 대다수를 구성하려면 몇 십년이 더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들은 꽤 골치아픈 존재가 되어 북한판 ‘아랍의 봄'(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돼 아랍과 중동, 북아프리카로 확산된 반정부 시위의 통칭)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 시기는 빨라질 지도 모른다. 이들은 부모세대보다 서로 잘 연결돼 있고, 고분고분하지 않으며 더 사회적으로 활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늦건 빠르건 진정한 색깔을 보여주는 기회가 올 것이다. 물론 최근 평양의 변화는 더욱 속도를 낼 것이다. (이 칼럼은 2012년 쓰인 글입니다)

번역=김미래 인턴
정리=박소혜 기자 news@theasian.asia

*원문은 아시아엔(The AsiaN) 영문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www.theasian.asia/p=29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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