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부하고 싶은데 취업하라고요?”

정부가 특성화고 등 전문계고 출신의 취업률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드라이브를 걸자 당황해 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한 고3 학생은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들어와 공공연히 ‘너희들이 취업하지 않으면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학교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하소연 같은 협박(?)을 한다”고 전했다. 학과도 취업위주로 개편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영상고등학교에 정체불명의 영상경영과 인원을 두 배로 늘리는 식이다.

그동안 전문계고도 대학 입학을 위해 기능했던 게 사실이다. 취업을 위해 간 학생들도 있지만 대학 진학을 위해 입학한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전문계고의 대학진학률은 70%를 상회한다. 어떤 전문계고는 인문계보다 우수한 학생들이 가고 있다. 또 전문계고 가운데 취업이 아닌 교육이 더 필요한 분야도 제법 된다. 서울영상고, 서울에니메이션고가 좋은 예다.

이곳에 입학한 학생들은 일치감치 목표를 정하고 전문계고에 들어갔다. 고등학교부터 전문지식을 쌓겠다는 것이지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해당 고등학교 홈페이지에도 이런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전문계고가 그 취지에 맞게 육성되는 것은 맞는 일이다. 모든 아이들이 대학으로 몰리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애초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돼 왔다면 그것 역시 교육당국의 책임이다. 그 책임을 애꿎은 학생들에게 떠넘기면 안 된다.

피해자를 최소화 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가자. 과도기에 피해 받는 사람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무책임하게 이야기하지 말자. 억지로 취업으로 내몰릴 학생이 수십 만 명이다.

김남주 기자 david9303@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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