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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씨알 속 우주 한그루’ 복효근 “무시무종”(無始無終)
언젠가 단감을 깎아먹고 그 씨알 하나를 세로로 쪼개어본 적이 있다 씨알 속에는 길이 1센티도 안 되는 뽀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느낌표 같은 나무의 줄기에 두 개의 앙증스런 잎사귀가 화살표의 형상으로 이미 하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 화살표 이 쪽으론 한 하늘 가득 창창히 뻗어오를 감나무의 전 생애와 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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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책산책] ‘스산별곡’···서산 갯마을과 인도 천축국의 밍밍하고 신비로운 ‘마실 이야기’
[아시아엔=편집국] 천상병 시인은 ‘귀천(歸天)’이라는 시에서 우리의 삶을 ‘소풍’이라 했다. 충남 서해의 후미진 갯마을을 어슬렁거리며 중얼거리다가 불현듯 히말라야 스피티 계곡으로 건너가 한달여 소풍하던 작가 한근식. 작가는 인도 중부와 남부를 거쳐 마침내 이 나라 전역을 돌아다니며 웅얼거리더니 한가윗날 훌쩍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소풍’같은 삶을 그린 이야기집 <스산별곡>을 냈다 ‘스산’이란 말은 충청도 서산 瑞山을 이렇게 소리낸 거다. 책은 두 부분으로 되어있다. 전반부는 작가 한근식의 거주지 충청도 서산의 갯가 이야기를 ‘담백한 수채화풍’으로, 후반부는 인도 천축국(天竺國) 이야기를 ‘묵직한 목탄화풍’으로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일상적인 ‘스산별곡’은 신비로움으로 가득차 있는 세상으로 그려내고 있는 반면에 오히려 신비로울 것 같은 인도 소풍 이야기는 이웃 마실 나와 동네사람들과 주고받는 편안한 이야기로 그려냈다. 작가의 독특한 시각과 견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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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초복’ 김경숙 “이 골목 저 골목에서 멍멍멍”
실하다는 토종 닭 한 마리 특별 주문해서 저녁상에 올리려다 학교에서 급식으로 삼계탕 먹었다는 아들과 탕 한 그릇 비웠다는 남편의 복달임에 냉장고 신세를 지게 된 가부좌 튼 벌거숭이 알 수 없는 미소를 보낸다 해거름, 무더위에 지쳐 삼키는 울음소리 여기저기서 꼬끼오 꼬꼬 이 골목 저 골목에서 멍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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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나에게 영웅은’ 박노해 “자기만의 길을 걷는 사람”
나에게 영웅은 자기만의 길을 걷는 사람 흐름을 따라가지 않고 흐름이 되어가는 사람 하루하루 남김없이 피고 지고 자신을 다 불사르고 가는 사람 진정한 자기를 찾아낸 사람만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으니 세상의 흐름을 따라 자신을 버리고 흘러가는 자여 그 탐욕의 열정과 경쟁의 승리는 스스로 선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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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잠 못 이루는 사람들’ 로렌스 티르노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새벽 두 시, 세 시, 또는 네 시가 넘도록 잠 못 이루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집을 나와 공원으로 간다면, 만일 백 명, 천 명, 또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물결처럼 공원에 모여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면, 예를 들어 잠자다가 죽을까봐 잠들지 못하는 노인과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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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아파 이란도, 수니파 이집트도 창간 6주년 한목소리로 소개
말레이시아 국영통신·우즈벡 유력지도 앞다퉈 보도 [아시아엔=알파고 시나씨 기자] 아시아기자협회 회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월간 <매거진N>의 창간 6주년 소식이 지역과 종교를 뛰어넘어 아시아 각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Inspiring Asia, Empowering People, Leading Change’를 모토로 2013년 7월 창간호를 낸 월간 <매거진N>의 뿌리는 2004년 11월 창립한 아시아기자협회다. 아시아기자협회는 애초 동남아 국가(ASEAN)를 중심으로 창립됐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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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설악무산 그 흔적과 기억② 이홍섭 시인] 생모 마지막길 먼 발치서···
“여기에 모아놓은 회고담은 오현 스님이 보여준 기풍의 전모라고는 할 수 없다. 어쩌면 여러 사람이 각기 만져본 코끼리 다리에 대한 기억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를 책으로 엮는 것은 생전에 스님이 보여준 본지풍광(本地風光)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아직 어리석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지남(指南)으로 삼기 위해서다.” <아시아엔>은 지난해 5월 28일 열반한 조오현 스님 1주기를 맞아 <설악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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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일본 제대로 알기] ‘최악’ 한일관계···마네키네코(복고양이)는 무슨 생각할까?
[아시아엔=심형철, 이선우, 장은지, 김미정, 한윤경 교사] 일본인은 행운을 비는, 기복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 미신을 좋아한다고 해야 할까? 초자연적인 신비한 힘을 믿는 경향이 강한 것 같아.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물품, 행운 아이템을 일본어로 ‘엥기모노’(?起物, 인연의 연, 일어난다는 기, 물건의 물)라고 하는데 그 종류가 상당히 다양해. 그중 몇 가지만 살펴볼까? 1. 마네키네코(招き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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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아침 이미지’ 박남수 “아침이면, 세상은 개벽(開闢)을 한다”
어둠을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物象)을 돌려주지만 스스로 땅위에 굴복(屈服)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勞動)의 시간(時間)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地上)의 잔치에 금(金)으로 타는 태양(太陽)의 즐거운 울림. 아침이면, 세상은 개벽(開闢)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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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소서’ 박성훈 “인생 열두고개 사색으로 넘어야 하는 때”
더운 때는 길을 떠나야 하는 때 흐르는 냇물처럼 조리조리 졸졸 꽃같은 열망을 찾아 떠나야 하는 때 마음의 그림자를 저당잡히고 흐르는 열풍따라 우리의 고향으로 떠나야 하는지 삶의 지팽이 잡고 아리랑 굽이굽이 인생 열두고개 사색으로 넘어야 하는 때 마중하는 이 없는 자국자국에는 일매진 풀향기 이름 모를 벌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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