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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병'(病) 김현승(1913~1975)
믿음이 많은 사람들은 가벼운 날개를 달고 하늘 나라로 사라져가는데, 저녁 나절의 구름들은 저 지평선의 가느다란 허리를 꿈 많은 손으로 안아 주는데, 나는 문을 닫고 시들시들 나의 병을 앓는다. 나의 창가에서 까맣게 번지는 부드러운 꽃잎의 가장자리여, 네 서느럽고 맑은 이슬과 같은 손도 나를 짚는 이마 위에선 힘을 잃는다! 나의 병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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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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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귀뚜라미 우는 소리’ 홍사성
잠시 열어둔 창문 사이로 귀뚜라미 한 마리 들어왔다. 책상 위에 올라앉아 귀뚤거리기에 무슨 말 하는지 들어봤더니 어느새 가을이 왔다고, 지난 여름은 얼마나 잘 살았냐고, 후회되는 일은 없느냐고, 사과나무에 사과는 잘 익었냐고 묻는 것 같았다. 기특하다 싶어 한참 더 귀 기울였더니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가는 거라고, 지수화풍 흩어지면 어디로 갈 거냐고, 그런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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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이현(二絃)을 듣다
구월 초하루 아직 아침이다. 이현(二絃)을 듣는다. 현이 적어 울음이 깊은가. 나는 그 깊이를 감당할 수 없다. 햇빛을 찾아 나선다. 마침내 오늘 눈부신 볕살 아래서 미루어둔 향초(香草)를 벤다. 차마 날을 갈지 못하고 무딘 낫으로 남은 미련을 자른다. 피 냄새 같은 것일까. 침묵하던 향들 솟구쳐 올라 내 상흔(傷痕)들이 아리다. 너 자신도 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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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아름다운 동행을 위하여’ 송해월
천천히 가자 굳이 세상과 발맞춰 갈 필요 있나 제 보폭대로 제 호흡대로 가자. 늦다고 재촉할 이 저자신 말고 누가 있었던가. 눈치 보지말고 욕심부리지 말고 천천히 가자. 사는 일이 욕심 부린다고 뜻대로 살아지나. 다양한 삶이 저대로 공존하며 다양성이 존중될 때만이 아름다운 균형을 이루고 이 땅위에서 너와 내가 아름다운 동행인으로 함께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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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내가 좋아하는 나팔꽃’ 박상설
내가 좋아하는 나팔꽃 후미진 곳에 소박하게 피어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고 보아주지 않아도 좋은 야생의 나팔꽃 가식 없고 바보같은 연한 색이 좋다 나는 나팔꽃과 함께 일어나 밤늦게까지 책을 끼고 요모조모 세상을 산책한다 작열하는 햇살도 아랑곳 않고 바람 따라 제몸 흔들어대는 길모퉁이 나팔꽃 이슬 내리는 적막한 밤을 좋아하는 나팔꽃 나도, 이대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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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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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흔들리는 것들에 눈 맞추며
삶이 곧 이별이라고 말했지 이별도 연습하면 덜 서러울 수 있을까 바람이 없어도 꽃잎 떨어져 내리고 오래 머물 순 없을 거라고 말했지 붙잡아도 머무를 수 없는 그런 때가 오고 있음은 알아 이별하기에 좋은 날도 있을까 비에 젖으면서도 피는 꽃을 좀 봐 꽃이 피어 설레는 게 아니라 설레어서 꽃이 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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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공연] 마포구민과 함께 하는 ‘희망의 노래향기’
마포구민과 함께 하는 희망의 노래향기 공연이 25일 오후 7시30분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린다. 마포구가 주최하고 컬리넌 아트컴퍼니가 주관하는 이번 음악회에는 소프라노 김희정 손정윤 이소연, 메조소프라노 최승현, 테너 류정필 이동명, 바리톤 이안, 베이스바리톤 김지섭, 피아노 김지은, 바이올린 이상희, 첼로 안소연, 오카리나 ‘소풍가는길’ 그리고 김혜정 아나운서가 출연한다. 전석 무료이며, 문의는 02-3153-8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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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만해마을’ 김영관
계곡은 물이콸콸 넘어가 숲이풍성 풍성한 숲가운데 보이는 전등하나 베란다 난간사이 떨어진 아침이슬 알람이 계곡소리 모든것 씻겨내려 조금의 분주함도 시끄런 체촉함도 한곳도 한무리도 아무리 둘러봐도 조금도 찾지못해 시간이 멈춘듯이 각자의 여유로움 이곳은 무릉도원 청정한 지상의낙원 이곳은 만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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