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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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한겨울의 입춘'(立春) 정연복
겨울의 본색을 드러내는 칼바람 휘몰아쳐 체감온도 영하 20도라는 양력 2월 4일 바로 오늘이 입춘이라니 참 이상하지 않은가 온 세상 추위에 얼어붙고 나무마다 빈 가지뿐 초록빛은 어디에도 없는데 뜬금없이 봄이 왔다니. 아니다! 입춘이 맞다 겨울 지나 봄 오는 게 아니라 겨울 속에 봄이 있다 겨울 품속에서 봄이 살금살금 자라는 거다 겨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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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손’ 백무산 “요즘엔 손을 보아 알겠네” ????????????????????????????????? ?????????????????????????????????
예전엔 얼굴을 보아 알겠더니 요즘엔 뒤를 보아 알겠네 예전엔 말을 들어 알겠더니 요즘엔 침묵을 보아 알겠네 예전엔 눈을 보아 알겠더니 요즘엔 손을 보아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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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대한'(大寒) 유인석(柳麟錫) “끝자락 모진 추위”
오늘 대한을 맞이했으니 이후에 따뜻한 봄날이 오리라. 끝자락 모진 추위 견뎌내야 봄 맞아 즐거움 새롭겠지. 今當大寒日 금당대한일 此後有陽春 차후유양춘 耐得寒頭苦 내득한두고 逢春樂意新 봉춘낙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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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온돌방’ 조향미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하고”
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 해 좋을 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 궂은 날엔 방 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 우리도 따순 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 실겅엔 주렁주렁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하고 윗목에선 콩나물이 쑥쑥 자라고 아랫목 술독엔 향기로운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 설을 앞두고 어머니는 조청에 버무린 쌀 콩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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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난 부탁했다’ 류시화 “겸손해지는 법을 배우도록”
나는 신에게 나를 강하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원하는 모든 걸 이룰 수 있도록. 하지만 신은 나를 약하게 만들었다. 겸손해지는 법을 배우도록. 나는 신에게 건강을 부탁했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지만 신은 내게 허약함을 주었다. 더 의미있는 일을 하도록. 나는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행복할 수 있도록.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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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가득한 한심’ 박노해 “양지바른 무덤가에 누워”
오늘은 한심하게 지냈다 일도 하지 않고 책도 읽지 않고 마루에 걸터앉아 우두커니 솔개가 나는 먼 산을 바라보고 봉숭아 곁에 쪼그려 앉아 토옥토옥 꽃씨가 터져 굴러가는 걸 지켜보고 가을 하늘에 흰 구름이 지나가는 걸 바라보고 가늘어지는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꿉장난하는 아이들과 남편 배역을 맡아 하다가 목이 말라 우물가에서 심심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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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살아서 돌아온 자’ 박노해 “거짓은 유통기한이 있다”
진실은 사과나무와 같아 진실이 무르익는 시간이 있다 눈보라와 불볕과 폭풍우를 다 뚫고 나온 강인한 진실만이 향기로운 사과알로 붉게 빛나니 그러니 다 맞아라 눈을 뜨고 견뎌내라 고독하게 강인해라 거짓은 유통기한이 있다 음해와 비난은 한 철이다 절정에 달한 악은 실체를 드러낸다 그대 아는가 세상의 모든 거짓과 악이 총동원되었어도 끝까지 죽지 않고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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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환한 쪽으로-가수 현숙’ 장재선 “열일곱 번째 기부한 당신”
폐지 할머니 손수레를 양복 입은 중년 남자가 조용히 밀어주는 모습을 오늘 낮에 봤어요. 밤에는 뉴스를 만났지요. 자동차에 깔린 이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거들어 차를 들어내고 구했다는. 당신이 산청군 어르신들을 위해 목욕차를 기증했다는 소식을 아침에 들은 날이었지요. 전국 고샅고샅 축제 마당에서 노래를 불러 모은 돈을 오천만 원짜리 목욕차로 바꿔 열일곱 번째 기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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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정세일 ‘겨울 긴밤을 물렁한 고구마 같이’
겨울밤 냉랭한 방을 나무로 군불을 때서 잘 익은 아랫목이 까매지는 저녁에는 겨울 긴 밤을 길게 이어지는 새끼를 꼬기 위해 호롱불의 심지를 돋웁니다 오늘은 우리의 겨울 긴 밤이 푹 삶아지도록 솥에 고구마를 넣어서 한솥 가득히 삶아 소쿠리에 가득 담아와서 방 위쪽에 놓아 겨울밤을 물렁한 고구마와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뒷마당에서 가져온 얼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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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겨울나무’ 이재무 “외로워서 더욱 단단한 겨울나무”
이파리 무성할 때는 서로가 잘 뵈지 않더니 하늘조차 스스로 가려 발밑 어둡더니 서리 내려 잎 지고 바람 매 맞으며 숭숭 구멍 뚫린 한 세월 줄기와 가지로만 견뎌보자니 보이는구나 저만큼 멀어진 친구 이만큼 가까워진 이웃 외로워서 더욱 단단한 겨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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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겨울 들판을 걸으며’ 허형만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무것도 피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매운 바람 끝자락도 맞을 만치 맞으면 오히려 더욱 따사로움을 알았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겨울 들판이나 사람이나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아무것도 키울 수 없을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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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용서’ 강경호 “그가 죽었다 오랫동안 미워했지만 망설이다 조문을 갔다”
그가 죽었다 오랫동안 미워했지만 망설이다 조문을 갔다 향불을 피우고 절을 하면서 죽었으므로 용서하기로 하였다 죽도록 미운 사람이 죽어서야 용서하는 나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고 슬펐다 이런 나를 용서않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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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겨울기도’ 마종기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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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계급의 발견’ 류근 “그가 다 지켜보고 있다”????
술이 있을 때 견디지 못하고 잽싸게 마시는 놈은 평민이다 잽싸게 취해서 기어코 속내를 들켜버리는 놈들은 천민이다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술 한 잔을 다 비워내지 않는 놈들은 지극히 상전이거나 노예다 맘 놓고 마시고도 취하지 않는 놈들은 권력자다 한 놈은 반드시 사회를 보고 한두 놈은 반드시 연설을 하고 한두 놈은 반드시 무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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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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