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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그 도시에 먼저 온 아르카디아-히바’ 최도선
톈산산맥 머리 위 만년설을 넘어온 아침 해 숨이 차다 태양의 도시 히바로 가기 때문이다 이찬칼라 황토색 성벽은 시간을 박제시켜 놓았다 에메랄드빛 타일 미나렛엔 온종일 머물러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모스크에서 들려오는 주문 같은 소리에 영혼이 리듬을 탄다 나는 오래 머무를 수 없다 태양과 함께 빚어온 황금빛 중세도시에서 골목골목 남겨진 숨결의 미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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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적요寂寥’ 최도선
툇돌 위 가지런한 흰 고무신 두 켤레 노스님 묵주기도 동자승 조는 염불 산 너머 넘어온 가을볕 마당 가에 설핏하다. 귀양살이 배롱나무 외피가 근질근질 산비둘기 구구 울음 깨어나는 산중 고요 동자승 찻물 끓이러 가는가 신발 끄는 소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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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대추나무 이파리는 반짝이고’ 최도선
끼니가 떨어진 지 오래다 방아쇠를 당겨야 할 텐데 대낮에도 가위눌린 듯 손끝은 꼼짝도 않는다 달포 가까이 참새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허기진 식구들은 이 사냥질을 버리라고 한다 이상하다 이 산속에 짐승들이 왜 이리 눈에 뜨이지 않을까? 아니다, 오늘 아침에도 새들은 푸드덕 하늘 높이 날았다 요즘 와서 한 발도 내딛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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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서어나무’ 최도선
가지와 잎들이 서쪽을 향하고 있다 서쪽에 별이 뜨는 순간을 서어나무는 삶의 동력이라 부른다 음지에서도 별이 되려는 뿌리를 가진 나무 음수陰樹라는 이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같은 장소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루어지는 일은 끝까지 살아남는 일 아픔은 어느 때나 온다 누구도 모르게 삶의 근육을 키우는 일 밖에는 어떤 예감도 받아들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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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최도선의 시와 달빛⑤] ‘데카메론’···세 여자와 네 명 남자들 이야기
데카메론* -세 여자와 네 명 남자들 이야기 기름에 불이 붙듯 페스트는 번져갔다 도망쳐 찾아온 곳 마테라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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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최도선의 시와 달빛④] 만추에 때아닌 ‘매화 마중’
섬진강물 풀렸다는 소식도 받기 전에 매화 홀로 먼 길 오는 몸 트는 소리 있어. 다정한 햇살 품고서 버선발로 나가오 그립다. 아니하며 이 마음 숨겨두고 긴 세월 북풍한설 터진 마디 맞잡고자 흐르는 달빛 밟으며 더운 심장 안고 가오 백두에서 한라까지 가슴에 품어 안고 오천 년 지녀온 얼 한 지붕 아래 들어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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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최도선의 시와 달빛③] 개화···”툭 치면 확 터지는 봉숭아 씨앗처럼”
그대가 불러주면 꽃이 되고 싶었다 툭 치면 확 터지는 봉숭아 씨앗처럼 까르르 까르르 쏟아지는 봄날이고 싶었다 ♣ 이 작품에 살을 붙이는 것은 참 군말이 될 뿐이다. 이렇게 짧은 단수에 모든 것이 함축될 때 시조의 참맛이라고 본다. 모든 것의 탄생이 개화 아니겠는가? 얼마 전 인터넷에 한 생명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기사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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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도선의 시와 달빛②] 낮잠 자는 사이 “수박을 그렸는데”
보랏빛 가지 곁에 방아깨비 여치 개미 논다 수박을 그렸는데 생쥐 와서 파먹고 양귀비 손 한번 못 잡아보고 나비에게 쫓겨난 뱀 외로운 맘 숨겨보려 풀벌레 불러놓고 따스한 햇볕 아래 맘껏 풀어 놓았더니 저 닭이 먼저 다가와 벌레들을 쪼아 먹네 꿈인가! 시에스타 HERMES 찻잔 그림 초충도가 분명한데 누구의 손길인가 보이지 않는 예술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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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최도선의 시와 달빛①] 책상···”사소한 바람까지도 허공 위의 책이다”
최도선 시인은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한 후 첫 시집을 내놓고 가정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후 20년, 다시 붓을 들고 두권의 자유시집을 내놓은 그가 시조를 묶었습니다. 올 가을 낸 시집 <나비는 비에 젖지 않는다>입니다. 그는 시인의 말을 통해 “긴 세월 안장 위에 달빛이 쏟아진다”고 했습니다. <아시아엔>은 최도선 시인이 스스로 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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