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존 결혼·생존 투자에 내몰린 현실…주거 불평등을 개인의 실패로 받아들이는 한국 사회
김제완 좌우간에이념연구소 대표는 프랑스 동포신문 <오니바> 발행인, 재외동포신문 편집국장, 세계로신문 대표를 지낸 언론인이다. 현재 한겨레온 객원편집위원과 서울 강남구 개포2동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동산보유세강화시민행동에 참여해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과 주거 불평등을 비판해 왔으며, 최근에는 지역 공동체의 기억을 기록하는 <개포동 50년사> 편찬에도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엔은 김 대표가 중앙일보의 ‘생존 결혼’ 관련 칼럼을 읽고 보내온 글을 바탕으로 한국 청년들의 주거 현실과 경쟁 중심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소개한다. <편집자>
서울 아파트 가격이 치솟으면서 결혼과 주식투자마저 생존 수단이 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직장을 얻어도 월급만으로는 집을 마련하기 어렵고, 부족한 자금을 대출과 투자로 충당해야 하는 현실이다. 김제완 좌우간에이념연구소 대표는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들이 집값 폭등에 항의하기보다 자신의 경제력 부족을 탓하는 태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대표는 11월 4일 중앙일보 장서윤 기자의 칼럼 <생존 결혼, 생존 주식, 생존 물타기>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해당 칼럼에는 서울의 높은 집값 때문에 결혼을 서두르는 청년들의 사연이 등장한다. 서울 강북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194만원으로, 생애 최초 주택구입 혜택을 받아 최대 6억원을 대출하더라도 6억원이 넘는 현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칼럼을 쓴 장 기자는 입사 5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더라도 필요한 자기자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주거비 부담 때문에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입은 청년들의 사례도 소개했다.
김 대표는 바로 이 대목에 주목했다. 입사 5년 차라면 서른 안팎일 텐데, 집을 사기 위해 결혼을 생각한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사회의 주거 문제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는 5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3억원 정도에 불과할 텐데 어떻게 12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두 사람이 소득을 합치고 거액의 대출을 받아야 비로소 내 집 마련을 꿈꿀 수 있는 현실이 과연 정상적인가 하는 문제 제기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청년들의 반응이라고 김 대표는 지적했다. 서울 집값이 장기간 상승하는데도 이를 사회구조의 문제로 인식하고 집단적으로 항의하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파리와 베를린의 청년들이 높은 집값과 임대료 인상에 항의하는 모습과 한국의 상황을 대비했다. 유럽의 청년들이 주거 문제를 공공정책과 사회적 권리의 문제로 제기하는 반면, 한국의 청년들은 집을 마련하지 못하는 이유를 자신의 능력이나 부모의 경제력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러한 태도의 뿌리를 경쟁 중심의 입시교육에서 찾았다.
학교에서 친구가 자신보다 공부를 잘하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워진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다른 사람보다 높은 성적을 얻어야 하고, 실패하면 자신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김 대표는 이러한 교육환경이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인의 성공과 실패를 오직 능력과 노력의 결과로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이 주택가격 상승과 자산 불평등 같은 구조적 문제까지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김 대표는 사회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할 신문기자조차 내 집 마련을 위해 결혼과 투자를 고민하는 현실에 주목했다. 기자 역시 집값이 왜 이렇게 높아졌는지 따져 묻기보다 자신이 그 가격을 감당할 방법부터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다만 장 기자의 원래 칼럼도 청년들의 무리한 투자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위험을 감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느끼는 청년들의 절박함을 줄이는 일은 정부와 사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문제 제기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청년들이 왜 주거 불평등의 원인을 사회에 묻고 제도적 변화를 요구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가 하는 질문이다.
프랑스에서 동포신문을 발행하고 한국에서 부동산보유세 강화 운동에 참여했던 김 대표에게 주택 문제는 개인의 자산 형성을 넘어 사회적 형평성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청년들이 결혼을 생존 전략으로 여기고, 위험한 주식투자를 내 집 마련의 돌파구로 삼아야 하는 현실은 과연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김 대표가 던진 질문은 단순히 집값이 비싸다는 불만에 머물지 않는다. 왜 평범한 노동으로 안정적인 주거를 마련하기 어려워졌는지, 왜 그 현실에 항의하기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는지, 그리고 우리 교육은 시민들에게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르쳐 왔는지를 묻고 있다.
결혼이 사랑보다 생존의 수단이 되고, 노동소득보다 자산 보유 여부가 삶의 기회를 좌우하는 사회. 김 대표의 문제 제기는 한국 사회의 주택정책과 경쟁교육, 그리고 시민의식 전반을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