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생 이강렬의 ’10·26 기억’…”누군가에겐 죽음, 누군가에겐 다시 찾아온 삶”

10월 26일, 47년 전 어제, 박정희 대통령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쓰러졌다.
누군가에게는 비극적인 죽음의 날이었고, 누군가에게는 길고 어두운 터널 끝에서 한 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한 날이었다.
나에게 10월 26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나는 1975년 4월, 연세대학교 재학 중 유신체제에 반대하다 학사 제적을 당했다. 대학에서 쫓겨난다는 것은 단순히 학교를 떠나는 일이 아니었다. 청년의 꿈이 꺾이고,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 막히는 일이었다.
그때부터 1979년 10월까지, 4년동안 나는 날개 꺾인 새처럼 살았다. 앞날은 보이지 않았고, 무엇을 해도 마음껏 날아오를 수 없었다. 젊음의 가장 빛나야 할 시절을 그렇게 어둠 속에서 보냈다.
그러던 1979년 10월 26일. 역사는 뜻밖의 방향으로 움직였다. 영원할 것 같았던 유신체제가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날 곧바로 민주주의가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또 다른 시련과 긴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는 다시 날개를 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날이었다.
세월이 흘러 나는 민주화운동 관련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 인정이 잃어버린 청춘의 시간을 돌려주지는 못했다.
어느덧 47년이 지났다.
오늘 사람들은 박정희 대통령을 저마다 다른 기억으로 평가할 것이다. 누군가는 경제 발전을 기억하고, 누군가는 그의 죽음을 애도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시대에 꿈을 빼앗겼던 한 청년의 삶을 떠올린다. 역사는 기록으로 남지만, 그 역사를 살아낸 사람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기억으로 남는다.
10월 26일. 나는 다시 20대 청년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조용히 되묻는다.
그 시절 우리가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오늘 우리는 얼마나 소중하게 지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