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년 만에 박사과정 복귀, 재활공학 연구 25년…정년퇴임 뒤에도 AI 로봇휠체어 개발 도전
김종배 연세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의 ‘전동휠체어에 날개를 달고’가 21회 연재를 마쳤다.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미국 3개 도시 출장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의 이동과 자립, 보조기술·재활공학의 세계를 소개했다. 아시아엔은 연재 마지막 회인 ‘재활공학의 여정’을 중심으로 사고 이후 16년의 공백을 딛고 학문의 길로 돌아온 김 교수의 삶과 연구 성과, 새로운 도전을 정리했다. <편집자>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KAIST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한 청년이 사고를 당했다. 졸업논문을 마치고 올림픽 전산화 작업에 참여하려던 꿈도 함께 멈췄다. 그가 다시 학문의 길로 돌아오기까지는 16년이 걸렸다.
김종배 연세대학교 교수의 재활공학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사고 이후 집 안에 머물던 그를 세상과 다시 연결한 것은 컴퓨터와 인터넷, 전동휠체어였다.
1996년 국내 최초의 재활정보 전문 홈페이지 ‘한국척수손상사이버센터’를 구축했다. 한국HCI학술대회 참가를 계기로 학문에 대한 열정을 되찾았고,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재활공학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2002년 처음 참가한 북미재활공학회(RESNA)는 연구자로서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박사과정 중 학생논문상을 받았고, 원격재활 연구회 회장도 맡았다. 이후 카네기멜론대학교와 피츠버그대학교 연구진이 참여한 미국과학재단 삶의 질 기술 연구에도 함께했다.
귀국 후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에서 장애인 중심의 보조기술 연구 기반을 구축했다. 장애 유형별 10개 포커스그룹을 운영하고, 보조기기 개발 과정에 장애인 당사자의 사용성 평가를 도입했다.
연구 성과는 일상으로 이어졌다.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장애인을 위한 전동이젤, 혼자 식사하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식사보조로봇, 사지마비 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거치대와 실내 핸드바이크 등을 개발했다.
연세대학교에서는 휠체어 이용자가 상점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FFF(First Floor Free!) 경사로’를 만들었다. 학생들과 함께 원주와 서울 명동, 효자동 등 상가에 경사로를 설치하며 ‘1층이라도 들어가자’는 캠페인을 펼쳤다.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은 또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28년 전 사고로 이루지 못했던 올림픽의 꿈을 장애인 스포츠과학으로 실현했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맞춤형 착석 장치는 노르딕스키 금메달리스트 신의현 선수와 장애인아이스하키 동메달 대표팀 선수들에게 공급됐다.
김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13년간 연구과제 20여 건, 특허 20여 개, 기술이전 5건, 논문 100여 편의 성과를 남기고 지난 8월 31일 정년퇴임했다.
그러나 연구는 끝나지 않았다. 객원교수로 강의를 이어가는 동시에 중증장애인의 자가운전 시스템과 피지컬 AI 기반 로봇팔 전동휠체어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연재 마지막 글에서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학술대회에 참가해 관광도 즐기고 나 자신의 산을 향한 등정을 시작해 보라.”
사고로 중단됐던 학문의 여정은 재활공학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김종배 교수는 이제 또 다른 산을 향해 전동휠체어의 방향을 돌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