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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노석조 ‘중동 재편 전쟁’…“호르무즈가 서울로 왔다”

<중종 재편 전쟁> 표지

“호르무즈가 서울로 왔다.”

노석조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에게 새 책 <중동 재편 전쟁-미국과 이스라엘이 다시 그리는 힘의 지도>를 한마디로 설명해 달라고 했더니 돌아온 답이다.

“이 책은 호르무즈가 왜 서울로 왔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책입니다.” 이어지는 말이다.

서울과 호르무즈해협은 지도상으로 멀다. 하지만 이란전쟁이 시작되고 호르무즈해협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중동의 전쟁은 더 이상 한국인에게 먼 나라 뉴스로만 남아 있지 않다. 원유 가격과 환율, 주유소 기름값, 증시와 기업의 물류비용으로 곧바로 서울에 도착한다. 노석조의 <중동 재편 전쟁>은 바로 이 연결을 추적한다.

메디치미디어가 9월 2일 펴낸 이 책은 392쪽이다. 부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다시 그리는 힘의 지도’. 2026년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이란 공습 이후 달라진 중동 질서를 미국·중동·한반도라는 세 개의 축에서 분석한다.

노 기자는 이번 전쟁을 과거 중동전쟁의 연장선만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지난 100년 동안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들과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과거에는 주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사이의 전쟁이었다면 이번에는 이란이 중심에 있고 미국이 직접 대규모 군사공격에 나섰습니다.”

책은 전쟁의 목표와 수단도 달라졌다고 본다. 영토를 빼앗고 국경선을 옮기는 전쟁에서 미사일과 핵시설, 지휘망, 정보망과 프록시 세력을 무력화하는 ‘네트워크 전쟁’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출판사는 이를 전쟁의 문법이 ‘선’에서 ‘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노 기자가 주목하는 것은 AI를 비롯한 첨단기술이다. 그는 이번 전쟁에서 위성·통신·정보 수집과 육·해·공·우주 전력을 연결하고 동시에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AI의 역할이 한층 커졌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수준으로 정보를 한데 모으고 여러 전력을 동시에 움직이는 정밀공격이 가능해졌습니다. 첨단기술이 전쟁의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겁니다.”

이 문제는 노 기자의 최근 관심사와도 연결된다. 그는 2024~2025년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연구원으로 한미동맹과 인도·태평양 전략, 미국 외교안보 정책을 연구했다. 최근에는 국제정치와 AI·반도체 등 첨단기술, 지정학과 경제안보가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노 기자에게 중동은 최근 새로 발견한 취재 영역이 아니다.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온 그는 군 복무 후 이집트로 건너갔다. 카이로 아메리칸대학교(AUC) 등에서 영어와 아랍어, 중동 지역학을 공부했다. 기자가 된 뒤에는 한국외대 대학원에서 중동지역학을 공부했고 2015~2017년 예루살렘·중동 특파원으로 활동했다. 테헤란과 베이루트, 다마스쿠스, 이스탄불 등 분쟁 현장을 취재했다.

한국 기자로는 처음으로 이스라엘 아이언돔 부대와 9900정보부대 내부를 취재했고, 8200부대와 디모나 핵연구단지, 모사드와 신베트 등 이스라엘의 군·정보기관을 추적했다. 그 경험을 담아 2018년 첫 책 <강한 이스라엘 군대의 비밀>을 냈고 이 책으로 국방부 장관상을 받았다. <중동 재편 전쟁>은 8년 만의 두 번째 책이다.

두 번째 책의 구상은 전쟁이 터진 뒤 급하게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는 2024년 조지타운대 연수를 떠나기 전부터 큰 틀을 잡고 집필을 시작했다고 했다. 2026년 2월 28일 이란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기존 원고에 실제 전쟁의 전개와 국제질서 변화를 반영해 다시 썼다.

그래서 이 책은 전쟁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왜 미국이 다시 중동으로 돌아왔는지,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미중 전략경쟁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호르무즈해협이 한국 경제에 왜 치명적인 통로인지, 이란에서 벌어진 전쟁을 북한이 어떻게 바라볼지까지 시선을 넓힌다. 책은 ‘전쟁은 숫자로 온다’, ‘전쟁은 항로로 온다’, ‘전쟁은 청구서로 온다’, ‘전쟁은 평양의 계산을 바꾼다’는 네 갈래를 통해 중동과 한반도의 연결고리를 풀어간다.

마침 한국에서는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히면서도, 한국 상선과 원유 수송로·국민의 안전을 위한 청해부대 활동 강화는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전쟁이 실제 한국의 외교·안보 선택과 직결된 상황이다.

노 기자는 그래서 이 책의 독자를 외교·안보 전문가에게만 한정하지 않는다.

“정책 결정자나 언론인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일반 국민에게도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왜 기름값이 오르는지, 미국은 왜 이란과 싸우는지, 그게 왜 우리 증시와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쉽게 풀어보려고 했습니다. 주식 투자자나 택시기사도 읽을 수 있게 기자가 쉽게 썼습니다.”

날마다 급변하는 전황을 따라가는 유튜브와 뉴스에는 속도가 있다. 반대로 수십 년 전 중동 역사부터 시작하는 책에는 깊이가 있다. 노석조는 그 사이에서 현재의 전쟁을 역사, 현장 취재, 미국의 전략문서, 첨단기술과 한국의 이해관계까지 연결해 한 권에 담으려 했다.

그가 책을 압축해 말한 문장이 다시 떠오른다.

“호르무즈가 서울로 왔다.”

중동의 전쟁을 먼 곳의 전쟁으로 여길 수 없게 된 2026년, <중동 재편 전쟁>이 던지는 질문도 결국 여기에 있다. 호르무즈에서 일어난 일이 왜 서울의 주유소 가격표와 증권시장, 외교·안보 정책까지 움직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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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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