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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보험, 위험에서 기회로…”산림관리 인센티브가 답이다”

산불은 더 자주, 더 강력하게 발생할 것이다. 보험, 정부 재정, 그리고 산림의 생태적 안정성 모두 시험대에 올라 있다. 그러나 산불을 줄이는 관리행위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그 공익적 효과를 시장에서 실현할 수 있다면, 이 위기는 숲과 보험, 그리고 공동체가 함께 살아나는 기회가 될 것이다.(본문에서)
[아시아엔=고기연 한국산불학회 회장, 전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장] 캘리포니아에서 집을 소유하고 있는 주민이라면 최근 몇 년 사이 보험 가입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대형 산불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민간 보험회사들이 가입을 거절하거나 보험료를 급등시켰기 때문이다. 한때 개인이 산불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보장 체계가 존재했지만, 이제 시장이 그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개입하기 시작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FAIR(공정접근보험요율)’이라는 공동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민간 보험사가 기피하는 고위험 지역 주민에게 마지막 안전망을 제공한다. 캐나다 역시 DFAA(재해금융지원협정)를 통해 대형 산불 피해 시 연방정부가 재정지원을, 지방정부가 복구비용을 분담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제 산불은 보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2023년 캐나다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보험회사의 지급여력을 위협했고, 기업과 주민의 자가부담이 커졌다. 보험 갱신이 거절되거나, 위험구역 지정으로 아예 가입이 불가능한 사례도 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숲을 포기하는 사회적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 숲을 잘 관리하고 산불 위험을 줄이는 노력을 ‘보상’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숲 주변의 잡목과 낙엽을 제거하거나 가지치기를 통해 화재 확산 가능성을 낮추면 보험료를 할인받는 제도를 논의 중이다. 미국의 ‘Firewise 프로그램’은 주택 소유주와 지역 공동체가 위험 완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면 보험 할인이나 보조금을 제공한다.

이처럼 위험기반보험(Risk-based insurance)은 단순한 보장체계가 아니라, 산불 예방을 유도하는 행동경제학적 장치로 작동한다. 한국도 이제 이 방향을 모색할 때다. 산림조합이나 개인 산주가 사유림을 관리해 연료물질을 줄이면 보험료를 낮춰주는 제도, 혹은 위험지수를 낮추면 지방세를 감면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이 작동하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임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산림을 가꾸는 사람에게 정당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보험도 인센티브도 모두 공허한 약속에 그칠 것이다.

현재 임업 관련 규제는 지나치게 통제 중심적이다. 사유림의 벌채나 정비에는 까다로운 허가 절차가 필요하고, 임산물의 판매나 수익화에도 각종 제한이 많다. 이로 인해 숲은 방치되고, 오히려 산불위험은 커진다.

앞으로는 산림을 공공자산으로만 보지 말고, 민간이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친화적 공공재’로 재정의해야 한다. 산림은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산불위험 저감을 통해 탄소시장과 보험시장을 연결하는 새로운 자산으로 발전할 수 있다.

기후위기는 모든 것을 연결한다. 산불은 더 자주, 더 강력하게 발생할 것이다. 보험, 정부 재정, 그리고 산림의 생태적 안정성 모두 시험대에 올라 있다. 그러나 산불을 줄이는 관리행위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그 공익적 효과를 시장에서 실현할 수 있다면, 이 위기는 숲과 보험, 그리고 공동체가 함께 살아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편집국

The AsiaN 편집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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