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도전에 성공하며 제47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올해 만 79세인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며 “나는 젊고 활기차다”는 구호로 지지층의 환호를 이끌어낸다. 실제로 그는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 약을 복용하지 않고, 콜레스테롤 강하제만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연과 금주를 실천해온 생활 습관도 그의 건강 유지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의 부모 역시 장수했다. 부친 프레드 트럼프는 94세, 모친 메리 맥클라우드는 88세까지 생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활기찬 이미지와 건강 상태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보면, ▲명확한 삶의 목표, ▲활발한 사회 활동, ▲정기적인 야외 운동(골프 등), ▲자기 외모에 대한 적극적 관리, ▲열량과 단백질 섭취, ▲유전적 요인 등이다.
독일 노년학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자신을 젊다고 인식하고 그에 맞는 생활을 실천하는 사람일수록 신체 노화가 지연된다는 결과가 있다. 반면, 스스로를 늙었다고 인식할수록 노화가 가속화된다. 이와 같은 ‘자기 인식의 힘’은 고령기 정신 건강과 신체 활력 유지에 중요한 요소임을 시사한다.
트럼프는 오랜 시간 사업가로, 그리고 정치인으로 사회적 관계망을 넓게 유지해왔다. 다양한 인간관계와 사회적 활동은 우울증 예방뿐 아니라 뇌의 전두엽 기능 향상에도 기여한다. 또한 그는 햇볕 아래 걷고 골프를 치는 야외 활동을 통해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키고 수면 질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즐겨 먹는 스테이크와 햄버거는 고령층에게 부족해질 수 있는 단백질과 열량을 보충해 근감소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트럼프 개인의 건강 관리와는 별개로, 미국 전체의 기대수명은 선진국 중 하위권이다. 미국의 기대수명은 2022년 기준 78.3세로 OECD 평균보다 낮으며,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대학의 ‘랜싯’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에는 79.9세, 2050년에는 80.4세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세계 순위는 49위에서 66위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에는 오피오이드 중독, 비만, 알코올 남용, 자살률 증가, 만성질환 증가 등이 자리잡고 있다. 버지니아 커먼웰스대 스티븐 울프 박사는 “미국인은 타 고소득국 국민보다 더 일찍 사망하고, 더 많은 질병을 앓는다”고 분석했다. 특히 근로 연령대의 사망률이 높은 것이 미국의 건강 지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오피오이드 위기는 1990년대부터 처방 진통제 남용이 사회 전반으로 퍼지면서 대규모 중독 사태로 이어졌다. 현재도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마약성 진통제 중독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는 자살률 증가와 함께 기대수명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미국인의 식생활은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많다. 초가공식품 섭취 비율이 높고, 설탕·소금·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식단은 비만, 제2형 당뇨, 심혈관질환, 일부 암 위험을 높인다. 신체 활동 부족과 과도한 음주, 흡연 등도 주요 만성질환과 직결된다.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은 전 국민 의료보장을 시행하지 않아, 비용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고액의 의료비, 불균형한 접근성, 파편화된 진료 체계는 예방과 조기 관리의 실패로 이어진다.
결국, 미국은 고도화된 치료 기술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생활 환경 조성에는 실패하고 있다. 이는 국민 건강 악화, 기대수명 정체, 그리고 국제 순위 하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건강은 독특한 사례로 주목받지만, 이는 미국 전체의 건강 현황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미국이 진정한 건강 대국이 되기 위해선 치료 중심이 아닌 예방 중심의 건강 정책, 식생활 개선, 운동 습관 정착, 의료 접근성 보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리고 이런 총체적 노력이 없다면, 세계 최강국 미국의 국민들은 계속해서 ‘덜 건강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