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고마비(天高馬肥)는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뜻으로, 가을 하늘이 맑고 높아지고 곡식과 초목이 무르익어 모든 것이 풍성해지는 시기를 비유한다. 요즘에는 가을이 되면 식욕이 좋아진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그러나 식욕이 늘어 과식으로 이어지면 체중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만(肥滿)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30대 남성의 비만 유병률이 59%에 달해 건강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약 1만 명을 조사해 발표한 ‘2025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남성의 비만 유병률은 전체 성별·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10명 중 약 6명이 비만인 셈이다. 30대 여성의 비만 유병률도 28.3%로, 전년인 2024년의 24.6%보다 높아졌다.
30대는 직장 생활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잦은 회식과 배달음식 이용 등으로 음식 섭취량이 늘고 운동량은 줄어들기 쉽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40·50대의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본다. 하지만 스스로 아직 젊다고 생각하고 뚜렷한 질환이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건강 관리에 소홀하기 쉽다고 지적한다.
전체 성인의 비만율은 2016년 34.8%에서 지난해 39.5%로 높아졌다. 50대 남성은 54.0%, 40대 남성은 53.3%로 두 연령대 모두 절반 이상이 비만이었다. 만성질환 유병률은 50대 남성에서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고혈압은 47.0%, 당뇨병은 24.3%, 고콜레스테롤혈증은 45.9%로, 전년보다 각각 5.4~9.4%포인트 높아졌다. 40대 남성 역시 고혈압 31.5%, 당뇨병 13.8%, 고콜레스테롤혈증 32.9%로 모두 전년보다 증가했다.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과식을 피하고 식생활을 관리하며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불교가 ‘힙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찰음식은 불교 수행과 자연 존중의 철학을 담은 우리나라의 전통 채식 요리다.
사찰음식(Buddhist Temple Food)은 불교 사찰에서 전해 내려오는 요리로, ‘절밥’이라고도 불린다. 육류와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수행의 한 방법으로 여기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Asafoetida) 등 향이 강한 오신채(五辛菜)를 사용하지 않는다.
공양(供養)은 음식을 베풀고 받는 과정에서 감사와 절제를 배우는 수행의 의미를 지닌다. 사찰음식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뿐 아니라 ‘어떻게, 왜 먹을 것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최근에는 공양이 맛있는 절을 뜻하는 ‘맛절’이라는 표현도 쓰인다.
사찰음식에는 비빔밥, 두부 요리, 나물, 김치, 칼국수, 버섯잡채, 매작과 등이 있다. 계절과 지역에 따라 다양한 산나물과 발효식품을 활용한다. 자연 재료와 전통 조리법을 살린 채식 식단을 제공하는 사찰음식 전문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발우공양’은 대한불교조계종이 사찰음식의 대중화를 위해 운영해 온 서울 견지동의 사찰음식 전문 식당이다. 초대 총책임자를 맡았던 대안 스님은 강연과 전시, <열두 달 절집 밥상>, <대안 스님의 채소밥> 등 요리책을 통해 사찰음식을 알려왔다.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조계종 사찰음식 명장으로 지정됐다.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은 1일 체험, 단기 체험, 정규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개인과 단체 모두 신청할 수 있으며, 기초부터 배울 수 있어 요리 초보자도 참여할 수 있다. 사찰음식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식사법과 생명 존중의 철학을 담은 문화적 자산이자, 지속 가능한 식문화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중해 식단(Mediterranean diet)은 1950~1960년대 그리스와 이탈리아 남부 등 지중해 연안 지역의 전통적인 식습관에서 영감을 얻은 식사 방식이다. 채소, 과일, 통곡물, 콩류, 견과류를 기본으로 하고 올리브유를 주된 지방으로 사용한다. 생선과 해산물을 먹되 붉은 고기와 가공식품은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심혈관질환 예방과 사망률 감소, 인지기능 저하 지연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편 가공식품을 멀리하고 성경에 등장하는 식재료를 먹는다는 ‘바이블 이팅(Biblical Eating)’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생우유, 정어리, 대추야자, 석류, 무화과, 포도, 멜론 등을 주요 식재료로 내세우는 식사 방식이다.
종교적 신념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결합된 이 식단은 특히 보수 기독교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지지층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유행의 중심에는 약 50만 명의 팔로워를 둔 콘텐츠 크리에이터 케일리 번디가 있다. 그는 지난 8년간 저온 살균하지 않은 생우유와 정어리, 전통 방식의 사워도우 빵 등 성경에 나오는 음식만 먹어왔다고 주장한다.
‘바이블 다이어트’ 전도사를 자처하는 번디는 인스타그램에서 식단을 바꾸기 전에는 몸매에 대한 콤플렉스와 피부·모발 문제, 우울증,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는 식단을 바꾼 뒤 이런 문제가 해소되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번디는 농약·설탕·밀가루·기름으로 범벅된 음식 대신 하나님이 창조한 자연식품을 먹고 있다며, 자신이 말하는 ‘성경 슈퍼푸드’에는 올리브, 오이, 버섯, 양파, 마늘, 콩, 견과류, 생선, 달걀, 밀, 보리, 기장, 호밀 등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사는 주부 아날리에스 자비에 역시 시편 136편을 인용하며 하나님이 준 것들을 선한 청지기로서 잘 선택했더니 건강이 좋아졌다는 경험을 전했다.
바이블 다이어트가 트럼프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과 직접 연결돼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MAGA 진영에서 파생된 ‘MAHA(Make America Healthy Again·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담론과 맥락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살균 유제품에 대한 접근성 확대, 초가공식품 규제 강화, 건강식품 기준 재정립 등을 주장하는 MAHA 담론과 일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성경에 기반한 식사법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2004년 자연 건강 전문가 조던 루빈은 성경 속 식재료와 절제된 식습관을 다룬 <메이커스 다이어트(The Maker’s Diet)>를 펴냈다. 이 책은 2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제목의 ‘Maker’는 창조주 하나님을 뜻한다.
2008년에는 어린 시절 비만을 극복한 경험이 있는 의사이자 건강·다이어트 작가인 리타 핸콕 박사가 <에덴 다이어트>를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성경의 원칙과 식습관을 접목한 기독교식 체중 감량법을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성경만으로 고대인들이 탁월한 건강을 누렸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으며, 그동안 축적된 영양학적 지식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가공식품을 줄이고 자연식품을 중심으로 먹는 원칙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개인의 체험담을 식단의 효과를 입증하는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 성경은 체계적인 영양 지침서가 아닌 만큼, 특정 식재료에 치우치지 않고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