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은 멀리서 바라볼 때 더욱 빛난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보면 별 역시 상처를 안고 오늘을 견디며 살아가는 한 사람이다. 장재선 시인의 <별들의 위로>는 대중문화라는 하늘을 밝혀온 37명의 삶을 시로 불러낸 책이다.
2024년 도서출판 작가에서 나온 이 시집에는 방송인 송해부터 배우 겸 가수 차은우까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대중문화인 37명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들을 세대별로 나눠 모두 4부에 담았다. 각 인물에게 한 편의 시를 헌정하고, 시 옆에는 작품을 쓰게 된 배경과 인연을 ‘시작 메모’ 형식의 짧은 산문으로 덧붙였다.
첫머리에는 송해, 남궁원, 박근형, 김혜자, 박정자, 윤정희, 박인환, 윤여정, 김민기, 고두심이 자리한다. 이어 김창완, 윤석화, 이미숙, 최수종, 박찬욱, 강수연, 김혜수, 이정재, 전도연을 만난다. god, 박해일, 박진희, 탕웨이, 장나라, 한혜진, 전미도, 윤시윤, 한효주를 거쳐 권유리, 임윤아, 서현, 임지연, 이세영, 수지, RM, 문가영, 차은우에 이른다. 한 권의 시집 안에 한국 대중문화의 여러 세대가 함께 호흡한다.
이름만 놓고 보면 화려한 스타들의 명단이다. 그러나 장재선이 바라보는 것은 무대 위의 성공이나 세상이 부여한 유명세가 아니다. 그는 송해가 평생 사람들과 나눈 웃음, 김혜자가 한결같이 지켜온 연기의 자리, 윤여정이 지나온 긴 시간, 김민기가 앞에 나서기보다 ‘뒷것’을 자처하며 사람을 키운 삶을 시의 언어로 되살린다.
김창완에게서는 비움의 넉넉함을, 박찬욱에게서는 자신의 세계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예술가의 힘을, 강수연에게서는 떠난 뒤 더욱 선명해진 존재의 깊이를 바라본다. 젊은 세대의 스타들에게도 인기나 외모보다 자기 길을 만들어가는 태도와 그 과정에서 감당해야 했던 시간을 묻는다.
이 책에서 ‘별’은 숭배의 대상이 아니다. 독자와 같은 시대를 건너온 동행자다. 저자는 상실감과 우울감, 치욕감으로 흔들릴 때 영화와 드라마, 노래로부터 위로받았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받은 위로를 시로 되돌려주는 것이 <별들의 위로>다.
장재선은 오랫동안 기자로 일하면서 대중문화 현장의 사람들을 취재해왔다. 동시에 <시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이자 수필가다. 시집 <am7이 만난 사랑의 시>, <시로 만난 별들>, 산문집 <영화로 만난 세상> 등을 펴냈으며 한국가톨릭매스컴상과 서정주문학상을 받았다. <별들의 위로>는 대중문화 현장을 지켜본 기자의 기록과 사람의 내면을 헤아리는 시인의 시선이 만난 결과다.
2017년 출간한 <시로 만난 별들>이 대중문화인들의 이야기와 시, 에세이를 함께 담았다면 <별들의 위로>는 시 자체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간다. 짧은 시와 시작 메모를 나란히 배치해 한 인물의 삶을 설명하기보다 응축된 언어로 느끼게 한다. 책 말미에는 일부 작품의 영역시도 실었다.
오늘날 스타는 끊임없이 소비된다. 작품보다 조회 수와 순위가 앞서고, 한 사람의 삶은 짧은 영상과 자극적인 제목으로 재단된다. 성공의 순간에는 과도한 찬사가 쏟아지고 작은 실수에는 가혹한 비난이 뒤따른다. <별들의 위로>는 그 소란에서 한 걸음 물러나 스타라는 이름 뒤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게 한다.
그들은 대중에게 기쁨과 위로를 건넸지만, 그들 역시 외로움과 상처를 견디며 살아왔다. 이미 우리 곁을 떠난 이도 있고 여전히 무대와 촬영장을 지키는 이도 있다. 세대와 장르는 다르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긴 시간을 견뎌왔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은 별이다.
이 시집의 위로는 한쪽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대중문화인들이 저자를 위로했고, 저자는 그들에게 시를 건넨다. 그 시를 읽는 독자는 다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위로받는다. 별과 시인, 독자 사이를 오가는 마음의 순환이다.
멀리 있는 별빛은 오래전에 출발해 오늘 우리에게 도착한다. 사람의 삶과 그가 남긴 작품도 그렇다. 무대가 끝나고 이름이 뉴스에서 사라진 뒤에도 누군가에게 건넨 웃음과 노래, 한 장면의 감동은 오래 남는다.
장재선의 <별들의 위로>는 그 빛을 시의 언어로 받아 적은 책이다. 별들을 찬양하는 시집이 아니라, 우리 곁을 밝혀준 사람들에게 늦지 않게 감사와 위로를 돌려주는 따뜻한 기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