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은 감출 것이 아니라 축하할 것”…미라클다문화어워드가 그리는 ‘공존’의 미래

문학 대상 송윤제·예술 대상 장리하 등 26명 수상
김서권 설립자 “사람을 살리는 후대 키워야”…조준모 홍보대사 임명
“우리의 차이는 우리를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완성합니다.” 8일 서울 빛과소리아트홀에서 열린 ‘2026 제3회 미라클다문화어워드’ 시상식에서 예술부문 대상 수상자 장리하가 작품 ‘Concordia’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다문화 청소년들의 문학과 예술을 통해 ‘차이가 창조하는 다양성’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는 단순한 시상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만나고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이번 어워드는 문학과 예술 두 부문으로 진행돼 모두 26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문학부문에서는 송윤제가 대상, 최우수상은 김가빈·조민지, 우수상은 오하율·김한성·박재형에게 돌아갔다. 장려상은 박서준·권우경·Peter Michaels·정준영·김도겸·홍경식·하백 등 7명이 받았다. 예술부문 대상은 장리하가 차지했다. 최우수상에는 장연지·유민아, 우수상에는 최아라·권요현·제이안이 수상했다. 장려상은 현승기·이지호·김선호·김리안·김승욱·정다연·최현서 등 7명에게 돌아갔다.

미라클오케이스쿨 설립자인 김서권 예수사랑교회 목사는 개회사에서 ‘공존’과 ‘용서’를 강조했다. 김 목사는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자신을 해치는 사람들을 용서한 장면을 언급하며 “서로 사랑하려면 용서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자신 역시 한때 공존과 평화라는 말을 믿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오해와 상처를 겪으며 세상이 말하는 공존과 평화에 회의를 품기도 했지만, 결국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후대를 길러야 한다는 데 생각이 닿았고 그것이 미라클오케이스쿨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수많은 나라와 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시대에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며 공존과 평화를 만들어갈 미래의 지도자들을 키워야 한다”며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듯 여기에서부터 사람과 문화의 변화가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라클오케이스쿨은 2021년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을 국내로 이송한 ‘미라클 작전’에서 이름과 정신을 가져왔다. ‘우리는 친구를 버리지 않는다’는 뜻을 바탕으로 한국에 정착한 이주민들에게 한국어교육과 문화교류, 의료지원, 청소년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김포·포천·서초 등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선주민과 이주민 청소년이 함께 어울리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예술부문 심사를 맡은 윤정미 홍익대 사진디자인학과 교수는 “시대의 흐름과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독창적인 시도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창의성, 기획과 주제의 완성도, 현실적 활용성, 메시지 전달력 등을 중심으로 심사했다며 “단순한 결과물에 그치지 않고 깊이 있는 고민과 문제의식을 작품 전반에 녹여낸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문학부문 심사를 맡은 이명현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자신의 언어’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멋진 표현을 나열하는 것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 걱정을 자기 언어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성찰한 작품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우리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에 여러 가지 결말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같은 이야기라도 시대와 사람, 관점에 따라 결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이야기와 하나의 정답에 사람을 맞추기보다 서로 다른 해석과 삶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다양성의 출발이라는 메시지였다.
이날 예술부문 대상 수상자 장리하는 영어로 한 수상소감에서 자신의 작품 ‘Concordia’가 뜻밖에도 치과에서 본 사탕통에서 출발했다고 소개했다. 사탕은 색깔과 모양, 맛과 질감이 모두 다르지만 각각의 매력이 있고 한데 모일 때 더 풍성해진다는 데서 다양성의 이미지를 떠올렸다는 것이다. 장리하는 작품에 여러 문화권을 거치며 변화해온 ‘피냐타’를 다양성의 상징으로 담았다. 피냐타가 터지면서 서로 다른 색과 맛의 사탕이 쏟아지는 모습처럼 사람 역시 성격과 경험, 문화가 모두 다르지만 그 차이가 공동체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는 의미다. 그는 “우리의 차이는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축하해야 할 것”이라며 “예술에는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연결하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문학부문 대상 송윤제 수상자의 소감에서도 공존의 의미가 이어졌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공존은 서로 다른 판단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상대방을 안으로 초대할 수 있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치과의사를 꿈꾼다는 그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모습인지, 무엇을 믿는지는 치료받을 권리와 관계없다며 공존이란 거창한 선언보다 눈앞의 한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는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시상식 후반에는 미라클오케이어학당 김유순 대표가 조준모 홍보대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김 대표는 조준모 홍보대사가 앞으로 미라클오케이어학당의 활동과 다문화 공존의 가치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행사의 마지막은 소프라노 정주희가 장식했다. 정주희는 첼리스트 정지은의 연주에 맞춰 ‘You Raise Me Up’을 불러 수상자와 가족,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이야기와 작품을 나눈 이날 행사는 ‘당신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는 노래의 메시지와 함께 막을 내렸다.
‘다문화’라는 말에는 흔히 적응, 지원, 배려 같은 단어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이날 무대에 오른 청소년들이 보여준 것은 조금 달랐다. 이들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언어, 예술을 통해 우리 사회가 미처 보지 못한 세계를 보여주는 창작자였다. 서로 같아져야 함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상대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 제3회 미라클다문화어워드가 남긴 ‘공존’의 메시지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