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우의 시신 싣고 떠난 트럭…전쟁 끝나도 계속되는 ‘전우 찾기’

눈 덮인 전장에서 미 해병들이 전우의 시신을 트럭에 싣고 있다. 사진은 전쟁기념관 전시 자료

전쟁기념관에 갔다가 한 장의 사진 앞에서 발길이 멈췄다. 눈 덮인 전장. 미 해병들이 트럭에 전우의 시신을 싣고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부상자와 전사자의 대부분, 그리고 장비를 가지고 나왔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가 한 문장이 떠올랐다. No man left behind. 한 사람도 남겨두지 않는다.

전쟁터에서는 살아 있는 사람을 먼저 구해야 한다. 부상자를 후송하고, 싸울 수 있는 사람을 데리고 나오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이 사진 속 사람들은 죽은 전우도 데리고 나가고 있었다. 죽은 사람은 더 이상 싸울 수 없다. 그런데도 그를 남겨두지 않는다.

부산의 유엔기념공원에서 보았던 한 사진전도 생각났다. 영현중대. 전사자의 유해를 수습하는 군인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유해만 챙기는 것이 아니었다. 전우가 남긴 유품도 함께 챙겼다. 그리고 그것들을 유해와 함께 고향으로 보냈다. 죽은 사람에게도 돌아갈 곳이 있었다.

그때 나는 오래전 군가 한 곡을 떠올렸다. 「전장에 피는 꽃」. “포성이 멈추고 한 송이 꽃이 피었네/ 평화의 화신처럼 나는 꽃을 보았네/ 오- 나의 전우여/ 오- 나의 전우여/ 이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면/ 내 너를 찾으리.” 노래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전우를 찾겠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렸다. 이미 산화한 전우인데 어떻게 다시 찾는다는 것일까. 그러나 전쟁에서는 죽었다는 것과 찾았다는 것이 반드시 같은 말은 아니다. 전장에서 수습하지 못한 유해가 있을 수 있다. 이름을 확인하지 못한 전사자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유해를 찾았다고 해도 그 사람의 삶이 거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남겨진 가족이 있고, 이름이 있고, 사진이 있고, 유품이 있다. 그래서 전우를 찾는다는 것은 어쩌면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전장에서 찾는 것. 유해를 찾는 것. 무덤을 찾는 것. 가족을 찾는 것. 그리고 기억 속에서 다시 찾는 것.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에서 포레스트는 전장에서 죽은 버바를 잊지 않는다. 버바의 가족을 찾아가고 그의 무덤도 찾는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의 마지막에서 늙은 라이언은 자신을 살리기 위해 죽은 밀러 대위의 묘를 찾아간다. 그리고 <챈스 일병의 귀환>(Taking Chance)은 이라크전에서 전사한 젊은 해병 챈스 펠프스의 유해를 고향까지 호송하는 해병 중령의 여정을 보여준다. 전쟁터에서 끝난 줄 알았던 한 사람의 마지막 길을 누군가 함께 간다.

그 장면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전쟁은 사람을 죽음으로 데려가지만, 군대는 죽은 사람을 집으로 데려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전장에서 전우를 데리고 나온다. 유해와 유품을 함께 보낸다. 무덤을 찾아간다. 가족을 찾아간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묘비 앞에 선다.

그렇게 생각하면 No man left behind라는 말은 단순히 전술적인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전우에게 하는 약속이면서, 죽은 전우에게 하는 약속이기도 하다. 한 사람도 남겨두지 않는다. 살아 있는 사람도, 죽은 사람도. 그리고 어쩌면 전쟁이 끝난 뒤에도 아무도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전장에 피는 꽃」의 마지막 구절이 오래 남는다. “이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면/ 내 너를 찾으리.” 전쟁이 끝난 뒤에도 전우를 찾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전우를 끝까지 데려가는 마지막 방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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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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