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공 청년’ 열흘째 밤샘 시위…순수성 뒤흔드는 내부와 외부의 적

11일은 일수로는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이는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마다 장을 벌이는 전광훈 목사의 광화문 시위로 치면 이미 두 달 반을 넘긴 셈이다. 게다가 올공 시위는 날마다 24시간 밤샘 시위다.
올공 시위가 열흘 넘게 밤샘 야외 시위를 해올 수 있었던 것은 청년들의 체력과 열정에 의한 것이지만 초여름 날씨도 한몫했다. 심지어 일요일 광화문에는 비가 내렸지만 올림픽공원에는 비도 오지 않았다.
해외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이런 올공 시위를 겨냥해 “부정선거론을 퍼뜨리는 것은 반사회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장 경찰관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기도 하고, 또 주변 시민들을 위협하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검색·검문도 하고, (경찰들의) 출입도 막는 방식으로 업무방해를 하는 것 같다”며 “마땅히 법과 원칙에 따라서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압’의 운을 띄운 것으로 해석된다.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결판의 날이 올 것 같다. 당초 올공 시위는 2030 청년들이 주력이었다. 시위 셋째 날까지는 청년들이 8~9할이었다. 구호도 ‘재선거’, ‘태극기’, ‘애국가’로 한정됐다. 청년들은 투표지 부족 사태 등은 민주주의 근간인 참정권이 훼손된 것으로 보고 “여야나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시위 숫자가 늘어나고 특히 광화문 태극기 부대, 윤어게인 세력 등이 들어오면서 시위의 순수성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들 중에는 “왜 발언을 제한하느냐”, “무슨 권한으로 성조기를 못 흔들게 하느냐”, “부정선거 구호를 막는 자가 대진연(종북 성향 대학생 단체)”이라며 청년들과 다투는 사람들도 있었다. 구호는 ‘재선거 부정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로 바뀌었고, 시위 한복판에는 성조기들이 휘날렸으며 트럼프 대형 사진까지 등장했다.
올림픽공원역 입구 근처에 차량을 세워놓고 확성기로 ‘윤어게인’을 외쳐대는 이들도 생겨났다. 전한길이 한쪽에서 이야기를 풀고 유튜버들이 이를 촬영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다른 귀퉁이에서는 몇몇 교회가 ‘이때다 싶어’ 신도들을 불러 모아 찬송가를 부르며 야외 예배를 드리고 있다. 아예 마이크를 잡고 선교를 하는 광신도도 나타났다. 또 ‘윤석열이 옳았다’는 종이 팻말을 들고 다니는 이들도 있다.
시위 현장에서 아주 드물게 실랑이가 벌어지는데, 도발자는 대부분 막무가내식 중·노년층이다. 제복 경찰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며 먼저 시비를 거는 쪽도 이런 부류다. 거꾸로 경찰이 시위 참석자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이런 시비가 벌어질 때마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며 말리곤 했다.
일부 중·노년층의 비정상적인 행태에 청년들은 학을 떼고 있을지 모른다. 처음 시위 현장에서 꼬치를 파는 푸드트럭에 ’65세 이상은 무료’라고 써놓은 걸 봤는데, 그저께 어떤 무료 푸드트럭에서는 ’20~30대 우선 제공’이라고 써붙여 놓았다. 괘씸하게 보였지만, 아마 젊은 층의 이런 정서가 작용했을 것이다.
위의 현장 장면은 매스컴이나 현 정권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경찰이나 자원봉사자들에게 ‘프락치’ 운운하지만, 자신들이 바로 시위 동력을 죽이는 ‘프락치’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자신들은 기분 좋게 ‘윤어게인’을 외치고 있지만, 올공 시위가 ‘부정선거 음모론’ 시위라고 공격받을 소재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올공 청년 시위에는 이런 내부의 적 말고도 외부의 적도 있다. 좌파 진영이 ‘폭도’, ‘극우 성향’, ‘부정선거 음모론자’, ‘태극기 부대’로 폄하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국민의힘 내부와 보수 일각에서도 이런 왜곡된 시선이 확산되고 있다. 여전히 올공 시위의 주류는 청년들이고 전체 시위 풍경은 아직 건강한데도 말이다.
올공 시위에 참석한 장동혁 대표가 ‘전면 재선거’를 내놓으면서 청년들 시위는 국민의힘 당권 싸움으로 소비되기 시작했다. 장동혁이 사퇴 압박을 피하기 위해 올공 시위와 부정선거 이슈에 올라탔다는 의심도 나온다. 장동혁 측이 그런 정치적 계산을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어쨌든 시대의 흐름에 잘 올라탄 것이다.
이 때문에 한동훈 의원은 “올공 청년들에게 공감한다”고 하면서도 현장에 나타난 적이 없다. 그는 부산 북갑에 내려가 지역구를 관리하는 사진을 SNS에 올리고 있다. 친한계 의원들은 하나같이 올공 시위와 거리를 두고 있다. 올공에 가면 ‘장동혁’에게 힘을 실어준다고 여기는 것 같다. ‘재선거’ 이슈의 당사자인 오세훈과 그 측근 의원들도 올공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나는 줄곧 장동혁을 비판해 왔던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의(大義)는 장동혁과 싸우는 것보다 올공 청년들의 정의감을 지원하며 이재명 정권과 싸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그동안 황교안·전한길·민경욱 류의 ‘부정선거론’과 싸워온 일부 보수 논객들도 올공 시위를 ‘부정선거 음모론 시위’로 폄하해 왔다. 이들은 현실에서 나타난 투표지 부족 사태 등에 대해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의 ‘도그마’에 빠져 자신들이 이재명 정권과 동조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잊고 있는 것 같다.
올공 시위 청년들이 쉽지 않은 상황에 몰려 있는 게 사실이다. 열흘째 밤샘 시위다. 물리적으로 계속 가기도 어렵다. 기존 언론들도 취급해 주지 않거나 부정적으로 다룬다. 하지만 만약 청년들의 정의감이 꺾여버리면 우리 사회에 더 큰 폭탄이 터질 것으로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