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

다큐 영화 ‘1980 사북’ 제13회 들꽃영화상 대상 수상

1980사북
[아시아엔=톱스타뉴스 조수지 기자, <아시아엔> 이상기 기자] 다큐 영화 ‘1980 사북’이 제13회 들꽃영화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박봉남 감독이 연출한 이 휴먼 탐사 다큐멘터리는 1980년 강원도 정선 사북에서 벌어진 ‘사북 사건’을 전면에 세우며, 오랜 시간 공론장에서 비켜나 있던 국가 폭력의 기억을 소재로 다뤘다.

이번 들꽃영화상 대상 수상으로 ‘1980 사북’이 거둔 영화적 성취와 더불어, 사북 사건을 다시 공론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오랫동안 주변부에 머물렀던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상을 통해 다시 조명되면서, 사북 사건의 진실을 널리 알리고 국가 차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역사적 성찰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

‘1980 사북’은 1980년 4월 강원도의 탄광촌 사북에서 시작한다. 열악한 노동 환경에 분노한 동원탄좌 광부들이 사북을 장악하고 바리케이드를 치면서 항쟁 국면이 펼쳐지고, ‘경찰이 사람을 죽였다’는 외침이 밤공기를 가르는 순간부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격해진다. 경찰이 큰 피해를 입고 물러난 뒤에는 무장한 계엄군이 사북으로 향하며, 국가 권력과 노동자들의 충돌이 더욱 거칠게 이어진다.

박봉남 감독은 이 과정을 단선적인 피해·가해 구도로 재현하는 대신, 서로에게 분노를 돌리게 된 광부들의 내적 균열까지 따라가며 사건을 다시 구성했다. 영화는 동원탄좌 광부와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당시 진압 작전에 투입됐던 경찰, 현장을 기록한 언론인들의 증언을 함께 담아, 사북 사건이 한 지역의 폭동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구조 전반과 맞물린 비극이었다는 점을 짚는다.

사건 발생 45년 후를 마주한 ‘1980 사북’ 속 생존자들은 각자의 기억을 꺼내놓지만, 진술은 서로 엇갈리고 때로는 상대를 가해자로 지목하기도 한다. 작품은 이 불완전한 증언들을 교차시키면서, 국가가 감추려 했던 폭력의 흔적과 그 상처가 개인과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뒤틀리고 남았는지 추적하는 데 무게를 둔다. 광주 민주화운동 한 달 전 사북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시간적 맥락도 함께 놓이면서, 영화는 사북에 묻힌 진실이 오늘의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을 되묻는다.

‘1980 사북’은 제13회 들꽃영화상 대상에 앞서 2025년 제22회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황인욱 소장과 박봉남 감독(왼쪽 2번째, 3번째)

출연진은 이원갑, 강윤호, 이명득, 황인욱 등이다. 인터뷰와 재연, 현장 기록을 오가며 구성된 화면 안에서 이들은 당시 사북을 둘러싼 공기와 사람들의 표정을 전하며, 관객이 사건의 시간과 지금을 오가도록 이끈다. 다큐멘터리 특유의 관찰과 증언이 만나면서, 광부와 주민, 경찰과 언론인이 각자의 자리에서 체감했던 공포와 분노, 혼란이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러닝타임은 128분으로, 감독은 긴 호흡 안에 다양한 증언과 자료를 배치했다. 특히 국가 기록과 언론 보도, 현장 사진과 영상 등 여러 자료를 교차시키며, 공적 기록과 개인의 기억 사이 간극을 드러내는 방식을 택했다. 관람 등급은 12세이상관람가로, 청소년 관객도 사북 사건의 맥락과 현대사적 의미를 함께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배급은 ㈜엣나인필름이 맡았고, 제작은 영화사 느티가 진행했다.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 환경 속에서 완성된 ‘1980 사북’이 영화제를 거쳐 상업 개봉과 수상까지 이어지면서,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제작·배급 루트 안에서 한 편의 현대사 작업이 어떻게 자리를 잡아가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영화는 2025년 10월 29일 개봉했으며, 들꽃영화상 대상을 계기로 사북 사건과 한국 현대사의 상처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작품으로 남게 됐다.

영화 기획부터 제작, 배포 및 홍보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은 황인욱 정선지역사회연구소 소장은 “첨예한 갈등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감동적인 서사로 아픔을 승화시킨 박봉남 감독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며 “영화를 아끼고 공감하며 사북문제 해결에 힘을 합해 주시는 모든 분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황인욱 소장은 광부의 아들이자 사북 출신으로, 2011년 고향인 사북으로 돌아온 뒤 지역사회에 묻혀 있던 사북항쟁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추적·조사해 왔다. 이후 서울대 서양사학과 재학 시절 학회 후배였던 박봉남 감독에게 직접 연출을 제안하며 5년 반에 걸친 영화 제작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특히 영화 에도 직접 출연하여 사북 사건의 목격자 및 생존자들을 인터뷰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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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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