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같은 中 왕리쥔 사건 ‘살인, 은폐, 갈등, 복수’

지난 18일 재판정에 선 왕리쥔. <자료사진=온바오>

중국 보시라이(薄熙?·63) 전 충칭시 당서기를 실각시킨 ‘왕리쥔(王立?) 사건’의 전말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보시라이는?아내인 구카이라이(谷??)가 저지른 살인사건을 은폐하려 했으며 왕리쥔은 신변에 위협을 느껴 미국으로 망명하려 했다.

관영 신화(新?)통신은 20일 ‘법률의 천칭 – 왕리쥔 사건의 전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의 재판 과정과 사건 전말을 공개했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3일 저녁 구카이라이(谷??)는 충칭시의 한 호텔에서?집사인 장샤오쥔(???)과 함께 경제적 문제로 마찰을 빚던?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를?독살했다.

구카이라이는 그날 밤 자정에 왕리쥔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닐 헤이우드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녀는 다음날 자택에 찾아온 왕리쥔에게 자신이 닐 헤이우드를 독살했다는 사실을 털어놓고 사건 은폐를 부탁했다. 왕리쥔은 구카이라이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도 구카이라이와의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했다.

11월15일, 호텔 객실에서 닐 헤이우드의 시신이 발견되자, 충칭시 공안은 수사에 나섰다. 왕리쥔은 자신의 심복인 궈웨이궈(郭??) 전 충칭시 공안부국장에게 사건 내막을 설명하고 수사를 책임지게 했다. 현장 수사에는 리양(李?) 전 충칭시 형사경찰총대장, 왕펑페이(王??) 전 충칭시공안국 기술수사총대장, 왕즈(王智) 전 공안국 사핑바분국 부국장이 참여했다.

‘사전 각본’에 따라 이들은 닐 헤이우드의 사인을 알코올 중독사로 정리하고 서둘러 시신을 화장했다.?그리고 왕리쥔과 그의 부하들은 만약을 대비해 구카이라이 몰래 닐 헤이우드의 혈액과 토사물, 호텔 CCTV 화면 등 중요 자료들을 확보했다.

왕리쥔은?법원 심리 과정에서 “만약 이번 사건이 타살로 처리된다면 구카이라이의 신변에 큰 위협을 줄 수 있었다”며 “구카이라이가 연관돼 있지 않았다면 사건의 진상을 바로 공개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후 구카이라이는 자신의 치부를 아는 왕리쥔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14일 구카이라이는 왕리쥔을 뺀 왕펑페이, 리양, 왕즈를 초청해 식사를 대접했다. 사건을 은폐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는 자리였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왕리쥔은 수하들 앞에서 불같이 화를 냈고 이 소식이 다시 구카이라이에게 전해지면서 둘 사이의 관계는 크게 멀어졌다. 갈등이 점차 심해지면서 그해 12월 말, 구카이라이 측은?왕리쥔의 심복 4명을 불법으로 체포해?조사하기 시작했다.

보시라이(우측)과 그의 아내 구카이라이(좌측). <자료사진=온바오>

결국 왕리쥔은 지난 1월 28일 충칭시 공산당위원회의 주요 책임자’를 찾아가 구카이라이가 저지른 살인사건의 진상을 보고했다.?신화통신은 ‘주요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이는 당시 충칭시 당서기였던 보시라이를 가리킨다.

다음날(29일) 오전, 보시라이는 왕리쥔을 불러 크게 화를 내면서 그의 뺨을 때렸고 이를 계기로 왕리쥔과 보시라이 일가와의 갈등이 전면화됐다. 당시 현장에 있던 궈웨이궈는 “(보시라이가) 왕리쥔을 때려 갈등이 표면화됐다”고 말했다.

왕리쥔은 즉각 왕펑페이, 리양, 왕즈 등 심복들에게 구카이라이 독살 사건의 증거를 수집하라고 지시했으며?확보한 증거물을 세 사람에 나눠주고 은밀한 곳에 보관할 것을 지시했다.

며칠 뒤인 2월 2일 보시라이는 왕리쥔을 공안국장에서 해임하고 왕리쥔의 심복 3명을 다시 불법 체포했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왕리쥔은 2월6일 회의 참석을 핑계로 주청두(成都)미국총영사관으로 도주했다.

왕리쥔은 미국영사관에서 닐 헤이우드 살인사건 수사로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보호를 요청했다. 또한 서면으로?미국 측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그러나 왕리쥔은 ‘충칭시와 중앙 유관기관’의 설득과 권유에 따라 스스로 미국총영사관을 나왔다.

왕리쥔은 지난 18일 청두시중급인민법원에서 열린 법정 최후 진술에서 “내가 저지른 죄를?인정하고 후회한다”며 “법원 판결을 통해 이번 사건의 여파가 더 이상 국내외에 영향을 미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온바오 한태민>

news@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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