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 남중국해, ASEAN 통합 위한 진흙탕길
2012년 8월2일 라오스 😕남중국해, ASEAN 통합 위한 진흙탕길?
중국은 베트남 등 일부 ASEAN 국가들이 ‘동해(東海)’로 부르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ASEAN간 갈등의 해법으로 개별국가의 배타적 이익을 위해 경쟁하지 말고 오는 2015년까지 유럽연합(EU) 형태의 경제공동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고 라오스 일간 <라오스 포스트(Laos Post)>가 로이터 보도 전문을 실어 2일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중국, “2015년까지 EU같은 경제공동체 만들어 보자”
보도에 따르면, 정치지도자들과 공직자들은 중-ASEAN간의 싸움이 ASEAN 주도로 부자나라 싱가포르에서 가난한 미얀마까지 경제통합을 추진하는 계획에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비판그룹의 인사들은 그러나 중국이 ASEAN 내 저개발국가들에 대해 투자를 늘리는 것은 이롭지 않은데, 이는 그런 투자들이 남중국해 분쟁에서 ASEAN의 입장 통일을 저해하는 데 효과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중국해는 베트남에서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 필리핀으로 뻗어있으며,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린 피추완(Surin Pitsuwan) ASEAN 사무총장은 ASEAN 본부가 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최근 캄보디아 외무장관 회담을 언급하면서 “2015년까지 중국과 함께 경제공동체를 구성하자는 중국의 제안이 ASEAN 역내 통합 과정에 저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7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외무장관 회담 사상 처음으로 남중국해가 공식 의제로 상정되지 못한 일도 벌어졌다. 피추완 사무총장은 “이는 조기경보 신호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외펀드 투자액 가파르게 늘어
유럽에서는 고갈돼 가고 있고 미국은 여전히 회복중이며 아시아의 다른?지역에서는 부진한 수익을 찾는 투자자들에게 동남아시아는?인기 있는 목적지다.
지난 7월10일까지 집계된 통계수치에 따르면, 지난 6월말까지 ASEAN 역외펀드로 순유입된 금액이 미화 14억 달러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중국과 인도의 역외펀드에 각각 16억 달러와 1억8500만 달러 순유입된 것에 견줘볼 때, 지구촌 투자자들이 단일시장으로서는 최대의 투자수익을 기대하는 지역이 ASEAN임을 알 수 있다.
ASEAN은 아울러 2조 달러의 통합경제를 위한 생산기지이며, 재화와 용역, 투자, 그리고 약 6억 명의 인구 중에서 숙련 노동자들의 역내 이동이 자유롭다.
잠재된 내분 변수도 다양
ASEAN이 경제적 통합에 합의를 이뤘지만, 태국과 캄보디아 사이의 국경분쟁이나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의 문화적 다툼 등에서 비롯된 정치적 이견에 따른 분쟁 또한 존재한다.
가장 엇갈리는 문제는 ASEAN 10개국 중에서 4개 나라가 남중국해에서 중국, 심지어 대만과도 섬의 영유권을 둘러싼 지리한 공방을 계속하고 있는 점이다.
2015년까지 관세 철폐와 같은 기초 경제계획들이 정초되므로, EU의 ‘두 바퀴 모델(two-tier model)’처럼 좀 더 발전한 나라들에 대한 통합 상태에서의 기대역할이 커질 것이며 그동안 나머지 나라들에 대한 지역투자가 위축될 위험이 생길 것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태국은 ASEAN의 선임 국가들이며 10개국 중에서 발전된 나라들에 속한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는 나중에 결합한 주변부 국가군에 속한다.
마이너리그에 대한 중국의 치명적 유혹
지구촌 투자자들이 급성장하는 경제권역에서 ‘큰 게임’을 벌인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투자와 외교를 통해 게임 기회를 모색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유력하게 추진될 ‘두 바퀴 모델’은 나중에 ASEAN에 결합한 주변부 국가군들이 중국과 미국의 영향권에 더욱 노출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중국은 이미 유럽과 일본, 미국을 제치고 미얀마와 캄보디아 전역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한 나라로 부상했다.
자카르타 소재 펠리타 하라판(Pelita Harapan) 대학의 알렉시어스 제마두(Aleksius Jemadu) 정치사회과학대 학장은 “ASEAN이 캄보디아에 매력적인 뭔가를 약속하는 사이에 중국은 캄보디아에 구체적인 뭔가를 준다는 것이 뚜렷한 차이”라고 설명했다 . 그는 또 “ASEAN 국가들은 자국이익에 근거해 행동할 것이고, ASEAN 결성 때부터 가령 남중국해 문제 같은 사안에 대한 국가 간 조화를 애당초 기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프놈펜에서 열린 외무장관 회담에서 몇몇 외교관들은 캄보디아가 중국의 명령으로 남중국해 문제를 의제로 채책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외무장관은 베트남과 필리핀 외무장관들에게 차례로 면담요청을 받았다.
남중국해는 ASEAN 분열의 진앙지
중국은 2가지 측면에서 남중국해 이슈에 천착해왔다. 필리핀 외무장관은 캄보디아가 남중국해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에 맞서 싸우고 비판하지 못함에 따라 ASEAN은 비탄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900달러였으며, 2010년 해외직접투자(FDI)는 8억 달러였다. 같은 기간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4만6241달러, FDI는 390억 달러 수준이었다.
<차이나 데일리(China Daily)>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994년부터 2011년까지 88억 달러를 캄보디아에 투자해왔다.
경제적 정치적 차이가 없더라도 몇몇 ASEAN 국가들 사이의 무능력은 소속 국가들끼리의 경제적 합의를 보완해 나가는 데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최근 ASEAN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식량과 농업개혁 지연에 따라 2010년부터 2011년까지 ASEAN 단일시장 달성율은 49% 밖에 진척이 안 됐다. 수바시 필라이(Subash Pillai) ASEAN 시장통합 담당 이사는 “초기 성과는 낮은 편인데, 지역적 대응을 각국 법률에 반영하는 변화 과정이 가장 어렵다”고 밝혔다.
힘 안 실리는 ASEAN, 거버넌스 취약?
ASEAN 사무국의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필리핀은 캄보디아와 라오스, 베트남, 미얀마 등 약소국들이 위험에 빠지더라도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고위간부를 자주 파견하는 등 분투하고 있다.
베트남을 포함한 6개 나라가 지난해말까지 자국의 주식거래를 ASEAN 차원에서 연계하기로 했지만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만 실천에 옮겼다.
남중국해 싸움은 ASEAN이 중요한 분쟁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취약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 EU와는 달리 각국 국회가 선출한 구성원과 강력한 집행기구, ASEAN의 법령을 만들고 강제 집행할 지역별 법원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ASEAN 본부 관계자는 “강한 중앙 시스템이 없으면, 장래 큰 이슈가 될 의제들을 포함한 모든 이슈에 대해 미리 협력하고 조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관세 절차와 역내 경쟁을 위해 금융산업과 같은 보호산업의 개방 등을 추진함에 따라 ASEAN 경제공동체는 더욱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역내 지역투자 흐름을 저해하는 장벽을 허물고 이윤과 배당을 자유롭게 이전할 수 있어야 한다.
EU같은 ASEAN에는 비관론 우세
호주국립대에서 동남아시아경제를 강의하는 할 힐(Hal Hill) 교수는 “ASEAN국가들은 지금 경제공동체를 향한 일정에 돌입한 것 같지 않다”면서 “서비스에 관한 행동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ASEAN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됐다. 자카르타 소재 싱크탱크인 남중국해 국제위기그룹(South China Sea for the 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바리오니 라우(Bryony Lau) 연구원은 “7월 프놈펜 회담이 중요했는데, 이는 중국이 캄보디아를 이용해 ASEAN을 분열시키려는 (소극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아주 대담하고 즐겁게 그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상현 기자 ? coup4u@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