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석의 뉴스돋보기] 차를 ‘얻어 타고’ 학교에 간 아이는…

[한겨레] 살해된 통영초등생 배곯는 아이였다

열살 아이는 “배고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지냈다. 23일 만난 경남 통영시 산양읍 신봉마을 180여가구 500여명의 주민들은 한아무개(10)양을 ‘배곯던 아이’로 기억한다.
“친구 집에 가서 허락 없이 냉장고 음식을 꺼내 먹어서 동네 미움을 조금 사기도 했지요.”
주민 이서영(가명·62)씨 집에도 한양은 찾아왔다. “토마토 먹어도 돼요?” 이씨는 마당에 토마토를 길렀다. “먹을 걸 챙겨주는 사람이 집에 없어서, 늘 배고파서 그런 거지 싶어 ‘그러라’고 했지요.”
그 뒤 아이는 가끔 이씨 집에 왔다. 방에 들어오진 않고 마당에서 토마토만 따서 먹고 돌아갔다. (하략)

*이번 사건에 대해 언론은 용의자의 ‘악마성’에 집중해 보도를 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한 신문은 가해자에 대해 “김점덕 역시 집 컴퓨터에 보관 중인 ‘야동’ 70여 편 중 상당수가 아동 포르노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한 양이 학교까지 태워 달라고 해 트럭에 태웠는데 분홍색 짧은 치마를 입고 있어 성관계를 갖고 싶었다’고 했다. 아동 음란물 탐닉으로 생긴 변태적 욕구가 범행 동기로 작용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라고 보도했고 이런 기사들은 근본적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역할이 될 수밖에 없는 언론의 한계가 엿보입니다.

그런데 한겨레 기사는 너무나 억울하게 우리 곁을 떠난 어린 영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가 이 사건을 가슴아프게 여기는 본질을 잘 전해줍니다.

한 양은 학교에 가려고 차를 얻어 타고 가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아이가 차를 ‘얻어 타고’ 학교를 다니는 일은 없어야 겠습니다.

악마나 짐승 같은 인간을 막아내는 것 만큼이나 약자나 어린이를 보호하고 관심을 갖고 지켜주는 사회가 돼야 하겠습니다.

news@theasian.asia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