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이 기사] 우리 보물『풍속도 화첩』그림 모두 김홍도가 그렸나?
조선시대 대표적 풍속화의 거장 단원 김홍도(1745~?)의 ‘씨름’, ‘무동’, ‘서당’ 등 25점의 그림으로 이뤄진 (보물 527호·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은 모두 정말 단원이 혼자 그린 그림일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두 점쯤은 단원 작품으로 지목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랑받는 그림일 텐데, 이 『풍속도 화첩』의 그림 25점을 모두 단원 이 그린 것인지, 아니면 몇몇 작품만 단원이 그린 진품인지를 둘러싸고 처음으로 국내 미술사학계에 논쟁이 불붙을 조짐이라고 한다.
『풍속도 화첩』 그림이 단원의 진작인지 아닌지 문제는 학자들 사이에서만 수십 년 동안 쉬쉬하며 조심스럽게 논의가 진행돼 왔다는데, 한겨레 7월 11일자 2면은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팀 천주현 학예사가 최근 <동원학술논문집> 13집에 실린 ‘광학적 연구조사로 본 단원 풍속도첩’이라는 보고 논문에서 이 화첩을 구성하고 있는 그림의 종이 재질과 표면, 그림의 선과 필치를 현미경, 엑스(X)선, 적외선 투시 조사 등을 벌인 결과, 그림 종이가 전통 기법인 ‘흘림뜨기’로 만들어진 것을 확인했다며, 수록된 작품 25점 모두 한 사람(단원)이 그린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결론을 내렸고, 주문용이 아닌 야외 풍속 장면을 사생한 개인(단원) 휴대용 화첩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천 학예사의 이 같은 주장에 상당수 회화사 연구자들은 “화첩 그림 중 ‘씨름’, ‘서당’ 등 몇몇 뛰어난 수작에 비해 ‘나룻배’, ‘밭갈이’ 등 나머지 그림들은 필치나 구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이며 화풍도 달라 다른 화가의 모본(베낀 그림)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한다.
간송미술관 연구위원인 강관식 한성대 교수는 “화풍이 단원과 긍재 김득신 풍 등 2~3가지 뒤섞여 있고, 필치도 들쭉날쭉한데다, 후대에 따라 그리다 실수로 묻힌 듯한 먹 자국까지 보여 화첩의 모든 그림은 후대 화원들이 선대 화풍을 익히려 베껴 그린 것으로 본다”며 “반박 논문을 낼 생각”이라고 했으며, 박은순 덕성여대 교수도 “종이의 시료를 잘라 분석하지 않고 광학 분석만 한 결과는 참고자료일 뿐이며, 필치와 화풍에 대한 학계의 검토를 거쳐 결론을 내려야 할 문제”라며 “(천 학예사의 주장은)설득력을 얻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수십 년 전부터 학계에서는 이 화첩 전체의 작품을 단원이 그린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국민들에게 단원의 대표작으로 굳어진 점을 의식해 공개 거론은 꺼렸는데, 2008년 5월 이동천 전 명지대 교수가 <진상>이란 책에서 풍속도첩 작품 중 19점이 위작이라고 주장하면서 의혹이 처음 표면화됐다.
이에 문화재위원회는 그해 7월 이 화첩의 그림들이 단원의 진품인지를 가리기 위해 강관식 교수, 박은순 교수, 조인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 연구자들을 모아 극비리에 실물 조사를 벌였는데, 당시 절대 다수가 모든 작품이 단원의 진작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히자 공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고 한다.
한 사람을 평생 동안 속일 수는 있다. 또 모든 사람을 일시적으로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결코 영원히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다. 학문의 세계에서 조금이라도 의혹이 있다면 진위를 밝혀야 한다. 의혹이 있는데도 그것을 덮고 맹신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반쪽짜리 진실은 두 쪽을 합쳐도 온전한 하나의 진실이 되지 않고, 거짓에 의존하는 것은 진실이 밝혀지면 반드시 파멸한다.
보물로 지정되어 귀중한 가치를 공유하는 문화재가 거짓이라면 우상 숭배나 미신 숭배와 다른 게 뭔가? 『풍속도 화첩』의 진짜 화가가 누구인지 밝히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술사학계와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공동 재조사를 하든, 명확한 근거를 토대로 철저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 더 이상 의혹이 없도록 진실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학문과 역사에 죄를 지으면 어디에도 용서를 구할 길이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The AsiaN 편집국 news@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