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 : 쓰레기더미로 쫓겨난 철거민들
7월3일 <더 미얀마 타임즈> 😕버마, 쓰레기 더미로 쫓겨난 철거민들
“그날 학교에선 시험을 치러야 했지만, 이른 아침에 집이 무너지는 바람에 학교에 가지도 못했어요. 임시로 이웃에서 사는데 우리집이 아니라서 공부하기가 어려워요. 공부를 잘 못해서 부모님과 가족들께 죄송해요.“
버마 수도 양곤시정부가 도시정비 차원에서 일부 주택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철거민의 14살짜리 딸인 마 카인 닌 와이(Ma Khine Hnin Wai)양이 <버마타임즈>와 만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양곤 시내 북부 다곤(Dagon) 타운의 타웰차웅(Htawelchaung) 묘지 일대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는 버마 양곤시개발위원회(Yangon City Development Committee, YCDC)는 지난 6월25일부터 사업지구내 12가구 64명이 기거하던 집들을 전격 철거했다.
철거민들은 향후 주거가 막막한 데다 임시 거처인 타웰차웅 묘지 인근 쓰레기장의 악취와 오물 때문에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철거민 우 윈 조(U Win Cho)씨는 “6월22일을 마지막으로 3차례 YCDC 사람들로부터 이주 명령을 받았지만, 일용잡부로 버는 소득으로는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버티다가 끝내 강제 철거당했다”고 말했다.
실업자로 타웰차웅(Htawelchaung) 묘지 일대에서 곡물과 채소 등을 일궈 먹고 살던 우 틴서(U Tin Soe)씨는 이번 철거로 생업의 터전과 거주지를 한꺼번에 잃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우 틴서씨의 딸 마 카인 닌 와이는 중학교 1학년으로 학교도 못 다니게 됐다.
우기를 맞아 묘지 인근 쓰레기더미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철거민들을 위협하는 것은 건강 문제다.
한때 정치범으로 징역을 살다가 지난해 5월 풀려난 지역사회운동가 도 노 온라(Daw Naw Ohn Hla)는 “우기의 습한 날씨와 쓰레기 하치장의 악취와 파리떼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설사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의약품과 안전한 거주지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버마 상원의 도 킨 와인 키(Daw Khin Wine Kyi) 의원은 정부에 철거민들의 이주대책을 촉구했다. 그는 “양곤 지역민들의 주거 형평성 차원에서, 철거민들에게 당분간이라도 머물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하라고 청원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철거민들의 임시주거지가 마련되기 전에 우선 의약품들을 구입해 지원하는 한편 주거지가 빗물을 막을 수 있는 ‘타르 처리가 된 방수포(tarpaulin)’를 제공해 임시주거지를 짓도록 도왔다.
YCDC 당국자는 원칙적인 대답만 했다. 우 탄 린 오(U Than Lwin Oo) YCDC 도시오염규제 및 청소 국장은 “철거민들은 당국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지방정부의 명령에 따라 철거를 강행했을 뿐”이라며 “철거민들의 임시거처는 원래 쓰레기장이 아니라 묘지의 낮은 곳에 불법으로 쓰레기를 버린 게 쌓여 쓰레기더미가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묘지 땅 주변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해당 지역이 YCDC의 국유지임을 알리는 푯말도 설치할 것”이라며 이곳에 침입하면 즉각 강력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현 기자 ?coup4u@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