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쿨고기(Coolgogi)를 아십니까?

아시아의 맛을 국제화하기 위한 한국의 여정

식상한 표현으로 글을 시작해 보겠다 ? 세상이 계속 작아지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무시무시한 발명품과 함께 물리적, 심리적, 사회적 국경은 박살이 났다. ?네티즌이라면 누구나 다 멋진 세계인처럼 보이고 싶어하는데 무언가에 연결되어 있고 무언가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좋아하면서도 무언가를 멋지게 끊어버리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좋아한다. 이들은 또 먹는 것도 멋있게 먹기를 좋아한다.

자고로 음식이란 전통과 문화를 반영하는 것인데 네티즌 중에서 전통에 신경 쓰는 사람은 없다. 그들이 원하는 좋은 음식이란 빠르게 먹을 수 있으면서 건강에 좋고 신선하고 값이 싸고 라이프스타일이 멋지게 보일 수 있는 음식이다. 즉,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브랜드 음식을 찾는 것이다.

터키 사람들이 얇게 구운 빵 위에 신선한 채소와 토마토, 올리브 오일, 그리고 잘게 다진 쇠고기나 양고기를 얹은 ‘라마준’을 갖고 왔을 때 이를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것을 피자라고 부르며 브랜드화에 성공했을 때 시쳇말로 완전 대박이 났다. 먹어 본 사람마다 피자의 맛에 반했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미국인이다. 미국인은 여기에다 스타일을 입혀 세계화에 성공했다. 그들은 텔레비전쇼에서 연예인이 나와 가족들과 함께 피자를 한입 가득 베어 문다든가 시트콤에서 웃기는 피자 배달부가 나오는 모습 그대로 빠르게 나오는 피자 한 조각에 문화와 즐거움의 요소를 더했다. 피자를 패스트푸드로 만들어 전 세계에 피자 체인을 만든 것이다. 피자는 이제 미국 음식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처음 피자의 개념을 만들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브랜드화시키고 라이프스타일로 만든 것은 미국 사람들이다. 미국인들은 햄버거도 그렇게 만들었다(햄버거는 원래 유럽에서 먹던 것이다).? 피자를 먹는다는 것은 어떤 경험을 하는 것이 돼 버렸다. 피자란 멋있고 세련된 신세대 문화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서구세계가 아시아의 음식을 가지고 같은 시도를 했을 때 많은 아시아인이 경악했다. 서구인들이 재해석하고 재발견한 아시아의 음식은 엉뚱한 결과를 낳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촙 수이, 캘리포니아 롤, 제너럴 조즈 치킨, 티카 마살라 치킨, 무구가이판, 김치 피자 등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다. 대신에 점점 더 그 열기를 더해가는 전 세계인의 음식문화 사랑을 경축하며 음식에서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이 존재할 뿐 ‘옳지 않은 음식’이란 없기에 아시아음식이 어떻게 하면 멋지게 보일 수 있을지를 이야기해 보겠다.
아시아 음식 여행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아시아 여러 국가 중에서 가장 국제화에 성공한 음식은 일본음식이다. 나는 일본음식을 묘사할 때 ‘상당히’라는 부사를 잘 쓰는데 왜냐하면 일본인들은 그들의 음식을 팔 때 상당히 독특하게, 자랑스럽게, 그리고 일관되게 팔기 때문이다. 일본의 패스트푸드 하면 특별히 생각나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음식 하면 바로 생각나는 이미지가 단정한 요리사가 조심스럽게 사시미 회를 떠서 깔끔한 접시에 담아내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국물 진한 라면과 맛좋은 오뎅과도 자연스럽게 매치가 된다. 물론 이것은 정형화된 이미지일 뿐이지만 아시아음식으로서 가장 널리 알려진 중국음식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전 세계 사람들이 온갖 중국음식을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요리하는데 인도네시아에서는 삼발 소스와 중국음식이 만나 대중화에 성공했고 홍콩에서는 구운 치즈와 다진 쇠고기가 만나 덮밥이 되었다. 맛이 있기는 하다. 아시아 전역의 모든 홍콩식 카페에서 맛볼 수 있다.?중국 음식은 가장 널리 퍼진 음식이자 가장 많이 재해석되고 있는 음식이다. 스타일 자체가 응용하기 쉬울뿐더러, 음식에 얽힌 이야기와 전설, 미신 등이 합쳐져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인도 음식도 마찬가지다. 요즘 영국의 국민 요리가 치킨 티카 마살라(Chicken Tikka Masala)인데 영국으로 이민 간 인도인들이 까다로운 영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음식이다. 태국 음식 또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데에 성공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태국음식은 이국적이면서도 인도나 중국음식 같은 강한 기운이 있는데 남중국에서 태국으로 이민 간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격렬한 맛이 부드럽게 순화된 면도 있다. 태국정부는 태국음식의 세계화를 위해서 해외 레스토랑 체인에도 금전적 인센티브를 지급할 계획이 있는데 태국음식의 정체성과 전통을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유로운 응용이 가능하다.

 

왜 쿨고기인가?

한국문화는 이제 막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한국인들은 전 세계 구석구석을 다니며 여행하고 일하면서 그들의 음식과 문화도 같이 퍼뜨렸는데 이내 한국 자동차, 한국 핸드폰, 한국 브랜드 등이 점령하기 시작했다. 그 후 아시아 전체와 서구 일부 국가에서도 한국 드라마가 대세가 되었다. 특별히 한국음식이 주연 배우격으로 등장하는 <대장금>이라는 드라마는 전 세계 사람들로 하여금 한국에 김치 외에도 수많은 음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드라마를 본 사람마다 열광했는데 싱가포르 같은 경우에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한국식당이 생기고 또 새로 문을 연 한국식당마다 궁중요리라고 광고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제 대세는 한국 음식이다. K-pop, 성형수술, 자동차 못지않게 유명해진 것이 불고기와 비빔밥인데 아주 쿨하다. 그래서 나는 쿨고기라고 부른다. 불고기라고 해서 우리가 불을 먹는 것은 아니니까. 자, 이제 어떻게 하면 국제화할 수 있을까? 음…. 나는 스스로 진화하게 내버려 두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음식이 도저히 변할 수 없는 고집 센 음식인가, 아니면 자유롭게 먹고 소화할 수 있는 음식인가?

만약 닭강정에 미국스타일이 가미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최근 한 싱가포르 회사가 한국 스타일의 닭 날개 튀김을 론칭했는데 미국계 한국인이 그의 뉴욕 매장에서 직접 비법 소스를 만들어 공급한다. 싱가포르의 매장 역시 뉴욕 분위기가 물씬 나는데 아주 잘 꾸며놓았다. 간장과 꿀이 조화된 매운맛 소스는 아주 순수한 맛이 나면서도 아시아적이다. 식당에는 ‘한국을 전 세계로’라는 모토가 있다.

만약 삼계탕이 기능성 에너지 음료를 대신하는 천연음식으로 자리매김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전 세계는 삼계탕이 이래야 한다는 삼계탕의 정체성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멋진 한국 음식문화의 하나로서 삼계탕을 즐길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인물이 하나 있는데 LA에서 태어나고 프랑스에서 공부한 한국계 미국인 요리사 로이 최다. 그는 과감히 서구식 스타일을 버리고 LA 전역에 고기 BBQ, Kogi라는 길거리음식 전문 트럭을 만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뉴스위크>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그를 대서특필했고 그가 만드는 한국식 바비큐 타코에 대해서도 자세히 썼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그가 만든 음식과 식당 위치 등에 대한 언급으로 시끌시끌했다. 그는 현재 4개의 트럭을 운영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2천 명의 사람들이 그가 만드는 한국식 바비큐 타코를 맛보려고 기다린다.

이제는 전 세계 곳곳에서 한국음식 이벤트와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으며 국제 음식 페스티벌이나 쇼에서도 한국음식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내일의 세계는 오늘을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다음 세대가 이끌어갈 것이다. 이에 한국음식문화는 충분히 미래지향적인 깊이와 넓이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미래지향적인 한국음식문화란 단순히 음식을 먹는 행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음식 유산을 음미하는 것이며 음식문화를 판다는 것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음식 먹으며 문화 소화하기

높은 산꼭대기에서 구한 유기농 재료를 이용해서 만든 비빔밥을 동치미와 같이 먹든지,?닭강정 한 박스를 가볍게 먹든지, 아니면 로이 최가 만든 한국식 바비큐 타코를 먹든지 간에 먹으면서 함부로 좋다 나쁘다 평하지 말라. 그저 먹으면서 문화를 소화해 보자. 기쁨의 파생상품이자 한국이 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상품이니까.

번역 이명현 기자 mhlee@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