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이집트, ‘코로나 시대 문화축전’ 이렇게 성공했다
[아시아엔=글·사진 아시라프 달리 아시아기자협회 회장, 아시아엔 아랍어판 편집장]
2020년은 이집트-인도 문화교류에서 어느 때보다 새로운 장을 연 해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무슨 이야기인가 뜬금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계실 거다.
양국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전만 해도 세계 각국의 문화계 주요인사을 초청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펼쳐왔다. 그런데 올해 코로나사태를 맞아 문화행사는 취소되거나, 대안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다행히 두 나라는 취소 대신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종전처럼 오프라인 문화행사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어떤 방법을 찾았을까? 바로 웹을 통한 교류였다. ‘웹 미팅’ ‘웹 세미나’ 등 다양한 형식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화상회의가 대안이 된 것이다. 자칫 중단 혹은 폐지될 뻔했던 양국의 문화교류는 극적인 비상구를 찾은 것이다.
그동안 축적된 IT 기술은 텍스트, 오디오, 비디오를 동시에 담은 콘텐츠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구글 미팅, 줌 등의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언제 어디서나 송수신이 가능케 했다. 사방팔방의 사람들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소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아시아기자협회의 경우 올해 오프라인 총회 개최가 어려워지자,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매달 2~3차례 줌미팅을 통해 회원들의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해 9월 전세계 50개국 90명의 기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2020 세계기자대회’를 개최했다.
2005년 시작한 인도의 크리티아 시축전(Kritya Poetry Festival)는 국제적인 시 낭송 행사로 널리 알려져 왔다. 전 세계 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를 낭송하고 문학을 토론하는 마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첫해 13명이던 해외 참석자들은 해마다 늘어 2019년엔 150여명이 참석하는 행사로 발전했다. 제한된 공간에서 시 낭송을 하던 것에서 벗어나 병원, 교도소, 학교, 교회, 사찰 등 다양한 장소를 방문해 시 낭송 활동을 펼쳤다. 가는 곳마다 환영 분위기는 고조되고 언론들은 ‘시의 대중화’와 이를 통한 ‘평화 만들기’에도 성공한 축제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은 크리티아 시축전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시 축전 개최에 먹구름이 깔리면서 주최측은 개최 연기와 강행을 놓고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개최할 경우 누가 참석할 것이며, 참석한다 해도 2주 이상의 격리조치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궁하면 통하는 법, 마침내 해답이 찾아졌다. 종전과 같은 100명 이상 대규모의 전세계 시인들을 시 축전에 초대키로 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혀 새로운 시 축전을 지난 9월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온라인으로 참여한 세계 각국 시인들은 미리 제작한 자신의 시 낭송을 유튜브 채널과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공유하며 토론을 펼쳤다.
필자는 9월 29일 인도의 바비타 마리나 저스틴(Babitha Marina Justin) 시인과 온라인 토크를 진행했다. 우리들은 ‘코로나시대 재소자와 시인이 힐링을 얻는 방법’, ‘일상생활에서 시의 기능’ ‘쿠란과 시에 등장하는 아랍어 치유 언어의 유사성과 차이점’ 등에 대해 잔잔하면서도 열띤 토론을 벌였다. 30년 이상 기자로서, 작가로서 활동해온 필자에게 지난 9월 29일의 화상 토크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내년에도, 또 그 후년에도 계속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은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닐 듯하다.
이제 이집트의 상황을 보자. 이집트 수도 남부 300Km 떨어진 카프르엘셰이크주에 부룰루스라는 소도시가 있다. 호수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이 도시에선 2014년부터 매년 부룰루스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됐다. 국내외 화가들이 참석해 거리의 벽면과 선박 프레임에 그림을 그리는 미술축제다. 화가들이 그린 대형 그래피티는 시민들에게 훌륭한 볼거리가 됐다.
작년의 경우 작품들은 수도 카이로로 옮겨져 행사 기금 확충을 위해 전시회에 출품되기도 했다. 올해 7회 대회는 예년보다 짜임새 있고, 규모를 키워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다가 인도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났다. 하지만 압델 모흐센 위원장을 필두로 이만 에자트, 라미 셰하브, 이슬람 와하브 등 조직위원회 간부들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이집트 국내 작가들은 현장 참여, 해외작가들은 온라인 출품을 결정했다.
마침내 지난해 10월 제7회 대회가 막을 올렸다. 20여개 해외국가의 화가를 포함해 100여명이 참여했다. 인도, 이탈리아, 튀니지 등의 해외 예술가들은 자국에 소재하는 선박에 그래피티를 그려 제출했다. 마치 이집트 현장에서 미술작업을 했던 것과 다름 없었다.
독자들은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 부룰루스에서 국제미술심포지엄을 할까, 하필 담벼락이나 선박 프레임에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뭘까, 궁금해 하실 거다. 부룰루스는 아름다운 호수가 자리잡은 유서깊은 도시로 이곳 주민들은 호수에서 고기잡이를 하며 땅을 지켜온 조상의 후예들이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2020년 부룰루스 미술심포지엄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해외 참석자들이 카이로에 들러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와 대표되는 고대이집트의 찬란한 문명을 감상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2021년엔 전세계 각국의 참석자들이 고대이집트의 문명을 직접 체험할 수 있긴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