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루이뷔통·주류업체 손세정제 생산…GM·포드 인공호흡기 생산 검토
트럼프 ‘국방물자생산법’ 발동…영국도 일반 기업에 지원 요청
아이폰 조립사는 마스크 제작…이탈리아 재소자들 의료장비 생산
[아시아엔=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덮치면서 보건과 전혀 관계가 없던 민간 기업들이 의료물자 생산에 가세하고 있다.
지구촌 정치 지도자들이 이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규정한 가운데 전시상황에서 민간 부문을 군수물자 생산에 동원하는 것과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전시 대통령’이라고 지칭하며 현 상황을 “중국 바이러스에 대항한 우리의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민간 기업들이 코로나19 대처에 필요한 의료 물자 생산을 확대하도록 하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을 발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시처럼 긴박한 상황에 동원되는 이 법은 대통령이 국방, 에너지, 우주, 국토 안보를 지원하기 위해 주요 물자 생산을 확대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다.
이미 적지 않은 기업들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 투입될 의료 물자 생산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경제지 포천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때 탱크 등 무기 생산에 투입된 적이 있던 자동차업체 제너럴 모터스(GM)는 이미 중국 류저우시에 있는 자사 생산공장에서 수술용 마스크를 제조하고 있다.
GM과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인공호흡기 등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마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의료기기 생산을 지원할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드도 인공호흡기와 기타 장비 생산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면서 “정부와의 사전논의를 거쳐 타당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GM과 포드가 인공호흡기와 같은 복잡한 의료장비를 만들기 위해선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유럽도 비슷한 양상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롤스로이스, 포드, 혼다 등 자국 내 생산기지가 있는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60여개 제조사에 인공호흡기 등 필수 의료장비 생산을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과거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전투기 엔진 등 군 장비 제작을 민간 제조업체에 주문한 것과 비견할 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영국은 호텔을 임시병동으로 쓰기로 했으며 은퇴한 의료진까지 의료현장에 복귀하도록 하고 있다.
전 국민 이동 금지령이라는 초강수를 발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거듭 “우리는 전쟁 중”이라고 밝히며 시민들에게 책임감을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군 병원과 군 장병을 코로나19 대응에 투입하겠다면서 “이런 특단의 조처를 한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호응하듯이 세계적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의 모기업인 프랑스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프랑스에 있는 자사 향수·화장품 제조시설에서 손 세정제를 생산하겠다고 나섰다.
이 회사는 파리에 있는 39개 공공병원을 비롯해 보건당국에 무료로 세정제를 공급할 예정이다.
또 스코틀랜드 주류회사 브루독, 리스 진, 베르던트 스피리츠와 프랑스 주류회사 페르노리카 등도 손 세정제를 직접 생산하거나 알코올을 대량으로 기부해 세정제 생산을 돕기로 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확진자 폭증으로 의료시스템 붕괴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에서는 축구장에 천막으로 임시 병실을 설치하고 교도소 수용자들을 마스크 제조에 동원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통일 이후, 아니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 한바탕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중국에서는 애플 아이폰 제조 기업인 폭스콘이 생산라인 일부를 마스크 제조 라인으로 전환해 하루 100만개의 마스크를 찍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