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망 200명 육박 이탈리아 “상황 악화 후 대응···초기 방역도 ‘허술’”
[아시아엔=연합뉴스] 누적 확진자 4636명, 사망자 197명.
선진 7개국(G7) 멤버이자 유럽 4위권 경제대국 이탈리아에서 6일(현지시간) 현재 집계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규모다. 누적 확진자 규모는 중국·한국·이란에 이어 세계 네번째, 사망자는 중국에 이어 두번째다.
이탈리아에서 어떤 이유로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확산했을까.
현지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이와 관련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7일자 지면에 게재했다.
우선 밀라노대 감염병 전문의인 마시모 갈리 교수는 바이러스 확산이 너무 늦게 파악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갈리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지난 1월 말부터 밀라노가 주도인 롬바르디아주 등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21일 롬바르디아주 코도뇨 지역에서 첫 지역 감염자가 확인되기 약 3∼4주 전이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첫 감염자가 나오고 상황이 급속하게 악화하고 나서야 대응에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는 게 갈리 교수의 시각이다.
갈리 교수는 “불이 나 건물 1층을 거의 태운 뒤에야 불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고 비유했다.
같은 대학 소속 파브리치오 프렐리아스코 교수는 “빙산의 일각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그것이 빙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표현했다.
파올로 보난니 피렌체대 위생학 교수는 당국의 초기 방역 실패를 지적했다. 초기 감염자에 대한 역학 조사가 중국인이거나 중국인과 접촉한 사람들만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등 방역에 구멍이 있었다는 취지다.
방역 당국은 바이러스 발병 초기 역학 조사에서 중국과의 연결고리 찾기에 집중하면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유럽인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뤘다.
실제 일각에서는 유럽 역내 최초 코로나19 감염자가 외국인이 아닌 독일 등의 유럽인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21일 첫 지역 감염자로 파악된 38세 남성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이른바 ‘0번 환자’를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배경을 설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0번 환자가 다름 아닌 유럽인일 개연성도 있다는 의미다.
보난니 교수는 아울러 이탈리아 내 바이러스 최초 전파 추정 시점을 조금 더 앞당겼다. 그는 “롬바르디아 로디 지역에선 이미 1월 중순 복잡한 폐렴 증상을 가진 환자가 보고됐다”면서 “한 명 또는 복수의 ‘슈퍼 전파자’가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이탈리아가 코로나19와 관련한 유럽의 대응을 선도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보난니 교수는 “현시점에선 이탈리아가 앞장서서 바이러스 대응을 하고 있고, 아마도 다른 나라들이 그 뒤를 따를 것”이라며 “이들 나라는 우리가 취한 방역 대책의 과실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6일 현재 이탈리아 외 유럽 각국의 확진자는 독일 578명, 프랑스 577명, 스페인 386명, 스위스 214명, 네덜란드 128명, 벨기에 109명 등으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사망자도 프랑스 9명, 스페인 5명, 영국 2명, 스위스 1명 등으로 점점 느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