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기소’·‘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검사들 ‘좌천’
‘환경부 블랙리스트’ 서울동부지검 부장→안동지청장
‘손혜원 기소’ 서울남부지검 라인 고배···공안검사들 사표
[아시아엔=연합뉴스] 31일 단행된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대거 영전한 반면 문재인 정부 주변에 수사의 칼날을 들이댄 검사들은 사실상 좌천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과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무소속 손혜원 의원을 재판에 넘긴 서울남부지검 지휘라인의 거취는 이번 인사의 또 다른 관심사였다. 청와대가 검사 인사권에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에서 이들의 수사 이력이 최소한 진로에 보탬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결과는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기소한 주진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발령 났다. 안동지청은 검사 5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지청이다.
특별수사를 전담하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인지수사 부서나 대검·법무부 요직으로 발령 나는 경우가 많았다. 한 현직 검사는 “동서남북 지검 네 곳의 인지수사 부서장 가운데 나머지 세 명은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에 발령받았다. 후배 자리로 간 건 아니지만, 티 나지 않게 좌천시킨 인사”라고 했다.
직속 결재라인에 있던 권순철 서울동부지검 차장은 서울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권 차장은 이날 인사 발표 직후 사의를 밝히면서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인사는 메시지라고 합니다”라고 적었다.
서울남부지검 지휘부도 고배를 마셨다. 손혜원 의원을 기소한 김영일 형사6부장이 대검찰청 수사정보2담당관으로 전보되며 ‘선방’했지만, 직속 상관인 김범기 서울남부지검 2차장은 서울고검 형사부장으로 발령났다. 수사를 총지휘한 권익환 서울남부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을 앞두고 사표를 냈다.
지난 26일 발표된 고위 간부 인사에서 동·남·북·서 지검 차장 가운데 이주형 서울남부지검 1차장과 노정연 서울서부지검 차장, 최경규 서울북부지검 차장이 검사장을 달았지만, 민감한 사건을 많이 처리한 권순철 차장과 김범기 2차장은 탈락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홀대론’이 일 정도로 입지가 좁아진 공안통 검사들은 한직으로 여겨지는 고검으로 대거 발령나거나 검찰을 떠났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 승진 길목에 있는 공안 분야 요직까지 특수통 검사들이 차지하면서 이번 검사장 승진자 명단에 공안통은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을 지낸 백재명 대구지검 서부지청장과 이현철 안양지청장, 김재옥 대구지검 2차장이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된 데 이어 서울고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을 지낸 김광수 부산지검 1차장과 김병현 서울고검 검사, 수원지검 공안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한 최태원 서울고검 송무부장은 사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