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공주 총리 출마 해프닝‧‧‧국왕 만류로 뜻 접어 ‘탁신파’ 궁지에

태국 국왕 마하 와치랄롱과 공주 우본랏 라차깐야

[아시아엔=편집국] 태국 국왕의 누나가 총리 출마를 선언했다가 동생의 반대에 부딪혀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태국 타이락사차트당은 지난 2월 8일 마하 와치랄롱꼰(66) 현 국왕의 누나 우본랏 라차깐야(67) 공주를 3월 24일 실시되는 총선의 총리 후보로 등록했다가 하루 만인 9일 철회했다. 누나의 총리 출마 소식을 접한 와치랄롱꼰 국왕이 8일 밤 “우본랏 공주는 여전히 짜끄리 왕조의 일원으로 신분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입헌군주제 국가지만 왕실의 영향력이 큰 태국에서 왕가의 정치 참여는 헌법으로 제한돼 있다. 우본랏 공주는 1972년 미국인과 결혼하면서 왕족 신분을 포기한 상태다.

공주의 출마 소식이 전해지자 소셜미디어(SNS) 등에는 “태국을 위한 새롭고 신선한 시작”이라는 등의 환영 메시지가 이어졌다. 공주에 대한 국민의 신망이 높다는 이야기다.공주의 갑작스런 총리 도전 배경에는 3월 총선을 둘러싼 정치권의 치열한 수 싸움이 있었다. 이번 선거에선 2014년 5월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짠 오차 현 총리를 중심으로 한 군부세력과 해외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추종세력이 경합 중이다. 탁신 전 총리파인 푸어타이당과 타이락사차트당은 선거에서 정권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공주 카드를 빼들었다.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왕실의 ‘후광’을 가진 인물을 내세움으로써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공주의 총리직 출마 사퇴 이후 친군부 국민개혁당은 10일 공주를 총리 후보로 지명했던 타이락사차트당의 해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공주의 도전이 현 태국 왕실의 불안한 상황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있다. 태국 왕실은 집권 중인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왕의 누나인 공주가 군부 반대파인 탁신계와 손을 잡은 것은 왕실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우본랏 공주는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의 네 자녀 중 맏이다. 요트를 즐겼던 아버지와 함께 1967년 동남아시아 경기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공주는 결혼과 함께 왕족의 지위를 잃었지만 이혼하고 2001년 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배우로 변신해 <기적이 일어나는 곳>(2008) 등의 영화에 출연했고, 가수로도 활동했다. 빈곤아동, 환경문제 등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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