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투어 20] 사마르칸트 랜드마크 ‘레기스탄 광장’에 서다
[아시아엔=최희영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 작가] 우즈베키스탄 여행 나흘째를 맞다보니 이제는 한 식구처럼 친하게 된 현지 가이드의 설명 수준 또한 높아졌다. 학생들이 ‘열공’하면 선생님도 ‘열강’하게 되는 법. 갑작스레 500숨짜리 지폐 찾기가 출렁거리는 버스 안을 새로운 재미로 이끌었다.
부하라에서 사마르칸트까지의 300km 길, 다섯 시간 여정은 이렇듯 흥겨웠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버스는 어느새 첫 여정지인 구르에 아미르(Gur-e Amir)에 도착해 우즈벡 여행단을 내려놓았다. 아미르 티무르가 영원히 잠들어 있는 곳. 이제 이곳을 시작으로 사마르칸트 유적지 탐방에 나선 관광단 모두는 즐거웠다. 마침 날씨마저 영상 4℃다.
구르에는 아미르 티무르를 비롯해 그의 손자인 울루그벡과 무함마드 술탄, 샤루흐, 미랸샤 등 모든 왕족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1404년 건립된 이 유적지의 외관은 코란 문구로 장식되었다. 그리고 멀리서도 눈에 띄는 푸른색 높은 돔이 환상적이며, 금색과 청색으로 채색된 이슬람 문양의 내부 돔 역시 화려하다.
이어 찾은 곳은 사마르칸트의 랜드마크인 레기스탄 광장. ‘모래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사마르칸트의 대표급 유적지다. 아미르 티무르 시대부터 대규모 노천 시장으로 기능하던 곳을 그의 손자인 울루그벡이 이슬람 교육기관인 메드레세로 탈바꿈시켜 오늘에 이른다.
사마르칸트와 티무르 제국을 상징하는 기념품이나 엽서, 그림 등에도 자주 등장해 우즈베키스탄은 몰라도 이 광장은 친숙하다는 말이 있을 만큼 유명한 곳으로, 레기스탄 광장 동쪽의 ‘비비하늠 모스크’ 역시 사마르칸트의 대표적인 유적지 중 하나다. 티무르 왕이 가장 사랑했던 왕비 비비하늠을 위해 건축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사마르칸트의 또 다른 서사적 인물은 울루그벡이다. 티무르의 손자였던 그는 종종 우리나라의 세종대왕에 비견될 만큼 여러 인문적인 치적을 남기면서 사마르칸트의 황금기를 구가했다. 특히 1419년 그가 세운 천문대는 그의 천문학자적 면모를 웅변하고, 1420년에 세운 울루그벡 메드레세는 당대 최고의 왕립 신학교로 그의 학식과 덕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그 밖에도 그는 수학과 문학, 철학에도 조예가 깊었다고 전해져 우즈베키스탄의 또 다른 인문적 자존심을 대변한다. 어느덧 날이 저물기 시작한 시간, 이제 관광단은 우즈베키스탄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발길을 서둘러야 한다. 11∼15세기 이슬람식 묘소인 ‘샤히 진다’와 칭기즈칸 이전의 유물을 모아놓은 ‘아프라시압 박물관’ 등을 둘러보는 시간, 실크로드의 중심 도시 사마르칸트는 벌써부터 한국인 관광단과의 작별을 아쉬워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