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자리 짜는 늙은이와 술 한잔을 나누고’ 신경림 “내 옹졸함이 미워진다”

돗자리짜기. 수원광교박물관

 

자리를 짜보니 알겠더란다
세상에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걸

미끈한 상질 부들로
앞을 대고
좀 쳐지는 중질로는
뒤를 받친 다음
짧고 못난 놈들로는
속을 넣으면 되더란다

잘나고 미끈한 부들만 가지고는
모양 반듯하고
쓰기 편한
자리가 안 되더란다

자리 짜는 늙은이와
술 한 잔을 나누고
돌아오면서 생각하니 서러워진다

세상에는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기껏 듣고 나서도
그 이치를 도무지
깨닫지 못하는
내 미련함이 답답해진다

세상에 더 많은 것들을
휴지처럼 구겨서
길바닥에 팽겨치고 싶은
내 옹졸함이 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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