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미르지요예프 대통령⑥] 전임 카리모프 치켜세우며 국민소통 강조···중앙아시아의 ‘정치 9단’

취임 직후의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모습.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모습에서 국민을 섬기겠다는 겸손이 묻어나 있다.

[아시아엔=조철현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저자] 미르지요예프(Shavkat Mirziyoyev) 대통령은 2016년 12월 14일 취임연설에서 2017년을 ‘국민과의 소통 및 국민 권익의 해’로 선포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소통방법까지 구체적으로 밝혀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는 취임연설을 통해 △국민과 상시적으로 대화하고 그들의 관심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것 △2017년부터 주지사와 시장, 검찰과 내무부 기관의 수장들은 국민에 대한 보고시스템을 수립할 것 △모든 마을과 도시, 정당 등도 민원접수 창구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접수된 민원이 반드시 검토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것 △각 지역을 대표하는 상하원 의원들은 매달 10일에서 12일 사이 해당 지역의 한 구역을 방문해 그곳에 위치한 집행기관, 검찰, 내무부의 활동을 조사하고 결과를 정리할 것 등을 주문했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그의 연설문 내용이다.

“국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2017년부터 하원이 모든 지역에 대해 연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미래에는 다른 나라의 지자체 단체장 선거처럼 주지사나 시장에 대한 직선제를 도입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논의해야 된다고 본다.”

“이런 과제들과 관련해 조만간 ‘2017~2021 우즈베키스탄공화국 행정개혁 개념’을 채택할 것이며, 국가 행정의 구조와 과제, 기관 등을 최적화하고, 중복된 기능을 축소하고, 직원 수를 감축하며, 경제에서 국가의 역할을 급격하게 축소하는 등의 구체적 조치들을 이행해 나갈 것이다. 특히 대통령실 및 내각 집행기관의 활동 개선과 공무원의 전문성 향상, 새로운 사고와 책임감을 갖는 창의적, 애국적 공무원의 채용을 통해 공공부문 개혁을 위한 효율적 시스템을 창출해나갈 계획이다.”

“국민이 부자가 되면 국가 또한 부유하고 강력해진다”

국민 앞에선 부드럽게, 공직사회에서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카리모프 이후의 우즈베키스탄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는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민생현장을 둘러보며 공직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그의 취임연설에는 다음과 같은 명문장도 포함됐다.

“국민이 부자가 되면 국가 또한 부유해지고 강력해진다는 사실을, 심지어 그것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 말일지라도 나는 절대 이 말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I am never tired to reiterate the fact even it is being repeated that if people are rich, then the state is also rich and powerful!)

모든 정책을 ‘국민중심’으로 생각하겠다는 의지가 취임 연설문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곧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에게 스며들며 카리모프 이후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크게 도움 됐다. 사실 대선까지 치렀지만 카리모프 시대의 흔적이 워낙 굵고 깊어 국민들로서는 지난 몇 개월이 몇 년만큼 길게 느껴졌다.

특히 국민들은 신임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먼저 고 카리모프 대통령의 업적부터 기렸다는 점을 높이 샀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카리모프 대통령이 설정했던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자유롭고, 번영하는 민주국가 건설’이라는 목표를 향해 모든 상하원, 정당, 공공 기관, 전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카리모프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의 수백 년 역사에 지울 수 없는 큰 업적을 남겼다”고 상찬했다.

그가 이날 취임연설에서 보인 선언적 화두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카리모프의 유업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국민중심 정책을 펼쳐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그는 대내적, 대외적 효과를 동시에 보고자 했다. 대내적으로는 카리모프 체제의 연장선상이라는 인상을 줌으로써 안도감을 주고, 대외적으로는 국민과의 소통, 국민권익이라는 워드를 통해 카리모프 시대의 부정적 이미지를 털고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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