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권 국가 8년 살다온 한림대 학생의 ‘성문 기초영문법’ 독후감
[아시아엔=주영훈 한림대 영어영문학과 2년] ‘한국인이 영어 공부를 왜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깊게 한 적이 있다. 어차피 한국에서 생활할 것이며 한국인과 결혼하여 한국인 자녀를 낳아 한글을 가르칠 텐데 왜 영어를 배워야 할까?
이 생각의 답은 고등학교 3학년 때 하나로 통일이 된다, “영어를 잘해야 수능을 잘 보고, 수능을 잘 봐야 좋은 대학을 간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학생들은 영어를 해야 한다. 하지만 영어는 ‘벼락치기’가 가능한 과목이 절대 아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성문 기초영문법>을 성장하는 중학생들을 위해 만들었다.
하지만 이 책의 표지를 비롯한 내부 디자인은 70년대 고전문학 책을 방불케 한다. 주 독자가 중학생인 것을 고려한다면, 너무 딱딱하고 두껍다. 또한,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지만, 시각화가 매우 부족하다. 영어로 된 미국의 문법책들은 크기는 해도 두께는 매우 얇아 거부감 없이 접할 수 있다. 적절한 시각 자료를 통해 명확한 설명을 도와주고, 무엇보다 인간의 시각적 본능을 자극하여 더욱 집중할 수 있게 유도한다.
그런데 <성문 기초영문법>을 읽으며 유명한 문구가 떠올랐다,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 사방이 글씨 천지인 페이지들을 조금 더 깊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어떠한 책보다 설명이 매우 자세하다. 책이 왜 두꺼운지를 Part 1의 제1장-품사 편 첫 페이지만 읽어도 이해될 정도로 세밀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이 되어있다. 다른 문법책들과 다르게 모든 영어 문장은 해석이 같이 붙어 있고, 불필요한 설명이 일체 없다.
또한, 장마다 복습을 위한 문제들이 뒤에 준비되어 있는데, 감히 이것 때문에 <성문 기초영문법>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싶다. 복습문제는 두 부분으로 연습문제와 종합문제로 나누어져 있으며, 책에서 상당수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연습문제는 해당 장의 주제와 밀접하여 배웠던 내용을 한 번 더 복습하도록 유도한다.
여느 책들과 다른 점은 문제의 난이도가 비교적 높다는 것이며, 번역을 요구하는 문제가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끼워맞추기식 학습이 아닌 이해를 요구하는 학습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종합문제는 해당 장의 주제와 연관은 있지만, 그보다는 평소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흔히 틀리는, 잘못 알고 있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문제로 만들어 추가학습을 독자에게 제공한다.
숙어는 기초 편과 품사 편 뒤에 나온다. 약 370개의 숙어가 사례와 함께 등장해 이해를 뒷받침한다. 영어 숙어 위주로 판매되는 책도 보통 300~400개가 수록된 것을 보아 적지 않은 양이라 볼 수 있다.
맨 뒤에는 6페이지 분량의 부록이 있는데 저자의 정성이 드러난다. 여기에는 문법과 관련 없는 주의해야 하는 영어 단어, 영어 일기 및 편지 쓰는 방법과 속담이 등장한다. 영문법과 관련 없지만, 실생활에 필요한 혹은 필요할 것들을 모아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학생이 성장하여 회사에 들어가서 겪는 일 중 하나는 바로 영어로 이메일 쓰기다.
<성문 기초영문법>은 그 누구도 알려준 적 없으며, 경험해 볼 시간조차 없던 이들에게 한 페이지를 내어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영문법 자체가 딱딱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하지만 이 책은 독자들에게 실제 필요한 것을 많은 자료를 간단하게 정리해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서술해 나간다.
건물도 기초가 튼튼해야 무너지지 않고 오래 간다고 했다. 영어실력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어 사용권 국가에서 8년 살다온 내가 진작 이 책을 읽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