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새해 새 아침은’ 신동엽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

신동엽(뒷줄 오른쪽) 가족

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보라
발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만 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 돌아와 봤으면,

허나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안창(眼窓)
영원으로 가는 수도자(修道者)의
눈빛 속에서 구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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