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우수 엔지니어들, 정년도 상대평가도 없이 맘놓고 연구한다
[아시아엔=이주형 기자] SK하이닉스가 기술력이 뛰어난 엔지니어와 개발자는 정년(停年)이 지나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한다.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 이석희 사장은 27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왁(자지껄) 콘서트’ 행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CEO(최고경영자) 공감 경영 선언’을 발표했다.
이 사장은 선언문에서 “장기간 회사에 기여한 우수 엔지니어들은 정년이 지나도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를 위해 별도 심사기준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정년이 돌아오는 엔지니어와 개발자 직군의 직원을 선발할 계획”이라며 “2020년부터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직원의 성과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석희 사장은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협업이 필수”라며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기는 상대평가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미리 정한 비율대로 조직 구성원을 평가했지만 2020년부터는 성과만 좋으면 전원에게 최상위 등급도 부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선임·책임·수석으로 나뉘어 있던 기술사무직 직원들의 호칭은 다음 달부터 TL이라는 이름으로 통일된다. TL은 기술 리더(Technical Leader), 재능 있는 리더(Talented Leader) 등 여러 의미를 담은 호칭이다.
한편 이석희 사장은 2013년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로 재직 중 SK하이닉스의 선행기술을 이끌 이 회사 초대 미래기술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사장은 2016년 말 황창규 KT 회장(당시 삼성전자 사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에 이어 한국인으로 세번째 반도체분야 최고권위학회 IEDM의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등 반도체 기술과 관련한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며 세계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6년 연말인사에서 그의 사장 승진을 놓고 “경쟁환경이 치열하고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시장환경에서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역할을 맡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번 제도 개선을 두고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해외 선진기업을 탐방하고 온 젊은 직원들 제안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희 사장의 안목과 젊은 직원들의 니드가 맞물려 나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