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즈벡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책 쓴 조철현씨 “고려인 정주 80년···’국민통합 리더십’에 끌려”

티무르 제국을 이끌었던 아미르 티무르는 우즈베키스탄의 영원한 자존심이다. 조철현 작가가 그의 고향 샤흐리샵스를 찾아 아미르 티무르의 대형 동상 앞에서 중앙아시아를 소재로 하는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한국 작가가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을 책으로 썼다. 조철현씨 얘기다. 집필 계기가 궁금했다. 2017년은 중앙아시아 고려인 정주 80주년이었다. 이를 계기로 CIS 국가들에 관심 갖게 됐다고 한다.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수많은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떠밀려갔다. CIS 국가로 흩어진 고려인들의 숫자가 무려 50만명 가량이다. 우즈베키스탄에는 그중 가장 많은 고려인이 살고 있다. 18만명쯤 된다.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25년 동안 권좌를 유지하던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갑자기 사망한 뒤 그 뒤를 이어 2016년 12월 취임했다.

조씨는 “그가 취임 즉시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2017년을 ‘국민과 대화하는 해’로 만들겠다고 약속하며 온라인 청원 사이트까지 개설하는 걸 보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2017년 상반기까진 관망만 했다. 매일매일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공보 사이트에 접속해 그의 행적을 살폈다.

조철현 작가가 쓴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책 표지

-결정적인 집필 계기는 뭐였나?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국민적 평판이 무척 좋았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가 2017년 11월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고려인 중앙아시아 정주 80년사를 쓰기 위해 타슈켄트에 머물면서 대단히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우즈베키스탄이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들을 많이 했다. 특히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왔던 키르기스스탄과의 국경문제를 단칼에 해결하고, 타지키스탄 및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관계 정상화 등 중앙아시아 역내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좋게 평가했다. 마침내 그해 7월 초 고려인 80년사 집필을 포기하고 대통령 책을 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필명으로 내겠다는 생각이었다. 카리모프 전임 대통령의 전철을 밟아 그의 이미지가 나빠지면 작가로서도 곤혹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9월말쯤 생각이 바뀌었다. 9월초 외환자유화조치를 발표하고, 그달 20일쯤 제72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아랄해 복원문제를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모습을 보며 그 사람이 제대로 해나갈 것이란 믿음이 갔다. 특히 10월 5일자 <월스트리트저널> 기사가 내 이름 석자를 걸고 써도 될 책이란 믿음을 굳히도록 만들었다. 유엔 연설 이후 그를 ‘중앙아시아 변화 바람의 원동력’이라고 평가한 기사였다. 그래서 우즈베키스탄 언론기관인 IPC(International Press Club)에 공식 요청을 하고, 사진자료 등 여러 협조를 받아 그의 방한 기간에 맞춰 출간하게 됐다. 그러면서 책 표지도 그가 아랄해 복원을 호소하는 유엔 연설 사진으로 썼다.

-책에 대한 우즈베키스탄 독자들 반응은 어땠는가?
대단했다.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공보사이트에도 즉각 소개됐고, 마침 대통령 방한 취재를 위해 한국에 와있던 그 나라 많은 언론에서도 서울발 기사로 앞다퉈 보도했다. 특히 방송 인터뷰가 많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중심 정책 및 동아시아 역내 평화 노력과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핵심정책이 많이 닮아 있다고 강조한 내 발언을 많은 현지언론들이 크게 다뤘다. 게다가 두 나라 대통령이 헤어지면서 “우리는 브라더”라며 친근감까지 표했을 만큼 성공적인 정상회담이었던 터라 내 책도 덩달아 양국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게 됐다.

-책 낸 지 1년 됐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여전한가?
여전하다. 금년 1년은 내치 중심으로, 경제정책이 우선이었다.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최근에만도 프랑스로부터 1조5천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를 했다는 우즈베키스탄 언론보도가 있었다. 2017년 9월 외환자유화 조치 때 많은 사람들이 우즈베키스탄의 인플레이션을 걱정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그런 기우도 말끔히 사라졌다. 다만 대통령만 열심히 한다, 외자유치로 외국에 나가 있는 대사들만 죽어라 뛴다, 국내 공무원들은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지 변화한 게 하나도 없다는 여론이 많다. 그 점이 걱정이다. 최근 젊은 장관들이 많이 기용되고, 국가프로젝트관리위원회(NAPM) 같은 기구가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되는 등 조직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어 조금은 안심이다.

-책의 저자로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에게 조언할 게 있다면?
내년이면 집권 3년차다. 임기 중반을 넘는 시점이라 공무원들의 개혁 피로도가 극에 달할 시점이다. 우리나라도 오랫동안 그런 모습을 보여 왔듯,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가장 큰 걸림돌로 나타날 수 있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슬로건 아래 그동안 수많은 목표치를 제시해왔다. 그러다 보니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공무원들이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많은 걸로 안다. 한번은 한국에서 이런 모습도 봤다. 우즈베키스탄의 고위직 한 사람이 한국을 방문한 가운데 기업체 사장을 불러 MOU를 체결하자고 했다. 그런데 중소규모의 그 업체 사장은 향후 사업계획을 보다 꼼꼼히 세우고, 현지를 방문하고 돌아와 MOU를 체결해야 한다고 거절했다. 그런데 그 고위직이 “우리는 MOU 목표치가 있다, 이걸 안하고 돌아가면 큰 일 난다”며 떼쓰는 모습을 보며 많이 실망했다. 다른 한 가지는 고위직 인사 교체가 너무 잦다는 점이다. 내가 알기로 지난 1년 사이 고용노동부장관의 경우 세 차례나 교체됐다. 양국 간 노동교류를 하는 한국의 한 인사는 그런 문제로 신뢰도가 떨어질 때가 있다고 내게 우려를 토로한 적도 있다. 한 사람을 채용하기까지는 열번을 의심하라, 하지만 한번 채용한 이상 믿고 맡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보다 면밀한 인사정책이 필요하다. 아마 그런 점에서는 한국의 인사혁신처 같은 조직 도입이 필요하지 않겠나, 그런 조언을 하고 싶다.

-우즈베키스탄 전문가다운 지적이다. 예전부터도 그랬나?
아니다.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관심은 이제 고작 2년쯤이다. 하지만 1년쯤 연애하고, 1년쯤 사랑하다보니 깊어지게 됐다. 사랑하게 되면 매일 얼굴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보면 눈 아래 좁쌀만 한 주근깨까지도 또렷이 보이기 마련이다. 요즘도 매일매일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공보사이트에 들어가 본다. 그 사이트는 우즈베크어와 러시아어, 영어 등 3개 언어로 운영되는 데 어떤 내용은 CIS 국가들이 주로 보는 러시아어판에만 실린다. 또 어떤 활동 내용은 영어로만 소개되고, 어떤 내용은 국내용인 우즈베크어로만 소개되기도 한다. 예컨대 최근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미르지요에프 대통령을 만났는데, 그 내용은 러시아어판에만 소개됐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행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철현 작가가 우즈벡 언론인과 자신의 책을 들고 촬영에 응하고 있다.

-당신의 인생역정도 만만치 않은 걸로 아는데···.
20대 때는 잡지기자로 일하면서 소설가와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했다. 30대 때는 한국 내 최초로 새책 소식을 언론사에 알려주는 ‘新刊 통신사’를 설립·운영했다. 그리고 40대 때는 인터넷 출판방송을 운영하며 2005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작가대회와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사업 등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50대 때는 출판전문 케이블방송사를 설립해 전 세계 국제도서전 현장을 찾아다니며 우리 출판인 및 작가들의 해외활동을 취재했다. 그러면서 틈틈이 몇권의 책을 기획·집필했다. 그러다가 2016년 말부터 현업을 떠나 작가로만 활동하고 있다. 그 첫 책이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인물열전이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요즘 아랄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한반도 1/4 크기(68,000㎢)였던 호수가 50년 만에 1/10(6,800㎢)로 줄어들어 사막화된 아랄해 복원을 위해 무언가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 매년 그 지역 인근의 누크스 같은 도시에서 ‘환경서적 국제도서전’ 같은 걸 해보고 싶다. 멈춰 세웠던 중앙아시아 고려인 책도 속도를 내려 한다. 당분간은 계속해서 중앙아시아에 시선을 꽂아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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